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n 25.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32

6장 2일째 저녁

132.

 얼굴에 흘러내리는 더러운 땀을 닦을 때 기계적 이명은 마침내 소리로써 정확하게 마동의 귀에 들어왔다. 의식에 닿아 있는 소리는 떠돌다가 목적지가 있는 바람을 타고 움직여서 마동에게로 닿았다. 어지럽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흩어지지도 않았다. 40대 카페 점원의 생각이 들렸고 여대생 두 명의 생각과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커플 중 남자의 생각이 들렸다. 미소 짓는 얼굴과 생각의 미소는 모두가 조금씩 달랐다.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에는 어떠한 관념이 존재하는 것일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있는 저 먼 곳에서 치누크가 몰고 온 무의식이 여기 세계에 들어와 전후를 바꾸어 놓은 것일까.


 치누크가 몰고 온 기이한 냄새와 그 풍향을 느끼고 어느 순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만나고 야외에서 교접한 후 급격하게 변이가 찾아왔다. 여름의 끝자락에 두 개의 가을 태풍이 몰아쳐오듯 무의식의 변이와 신체적 변이가 마동에게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그 변화는 마동의 무의식을 강하게 자극하여 숨어있던 또 다른 마동을 노출시켰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마동이 기존의 마동을 억제하고 얼굴을 들려고 하면 머리가 이렇게 조여 오고 숨쉬기 힘든 고통이 들었지만 고통이 사라지고 나면 타인의 생각에 도달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나열하자면 그런 식이다.


 마동은 자신의 무의식에 대해서 그렇게 확립을 세우고 다가가 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나열한 공식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분홍 간호사가 말했듯 마동은 어떠한 계기로 무의식에 강하게 노출이 된 것만은 분명했다. 보통 일반 사람들도 무의식의 세계는 가지고 있으며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고 분홍 간호사는 말했다. 대부분 그 변이를 신체의 노화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간주하고 있을 뿐이다. 마동은 귀를 기울이면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에 더욱 다가갈 수 있었고 집중을 하면 사람들의 의식을 횡으로 세우고 듣고 싶은 의식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 분명 어딘가에 자신과 비슷한 변이를 경험한 변태인이 있을 것이라고 마동은 생각했다. 이 넓은 세계에 마동 자신 혼자서만 괴랄한 변이를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질이 다른 변이를 하고 있을 뿐, 사람들은 모두 변이를 한다.


 미미하게 남아있던 두통이 형광등의 스위치를 내리듯, 딸각하며 사라졌다. 커피는 아직 따뜻했다. 조각 케이크는 망가지지 않은 채 처음의 모습 그대로 테이블 위의 하얀 접시 위에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마동은 커피와 조각 케이크에 손도, 입고 대지 않았다. 마동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들을 쳐다보면서 커피와 조각 케이크의 맛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휴대전화에서 알림 소리가 들렸다. 트위터에 소피가 접속해 있었다. 이 시간에? 하는 생각으로 소피에게 맨션을 보냈고 소피는 잠시 트위터에 들어왔다고 했다. 소피는 마동에게 안부를 물었고 마동은 저녁의 조깅 중에 귀로 들렸던 이명과 타인의 의식에 자신의 무의식이 닿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하게 시간을 들여 말했다. 소피는 진심으로 마동의 말을 눈으로 들어주었다. 마동은 소피의 진심을 작은 휴대전화기의 액정으로 느꼈으며 이틀 전 그날 밤의 일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이야기를 했다.


 디렉트 메시지: 소피, 지금 나에게서,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실제일까. 아니면 진실되지 않은 현실의 왜곡일까.


 디렉트 메시지: 글쎄, 동양의 멋진 친구의 착각이거나 환상은 아닌 것 같아. 당신의 잠재된 무의식이 어떤 매개의 통로를 타고 실재에 나왔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신기한 것은 밤에 낯선 외국 여자를 만나서 섹스를 했다는 게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야. 여기에서도 처음 만나 야외에서 섹스를 나누고 하는 일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거든.


 소피는 잠시 틈을 두었다. 마동에게 할 말을 조리 있게 하기 위해서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3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