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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31

6장 2일째 저녁

131.

 시간은 확실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었다. 마동은 십오 분이 넘게 소변을 본 것을 자신의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 사실에 전적으로 마동은 깊게 개입하고 있었다. 시간을 받아들이는 시점 앞에 마동은 서 있다. 마동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 이 증상들이 진실인지, 증상을 느끼고 있는 마동 자신이 실재인지 아니면 자신의 또 다른 무의식에서 만들어 낸 허상인지 구분 짓기가 힘들었다. 마동은 분명하게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에 대한 실체는 인정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는 쉽지 않았다. 일어난 사실에 진실이 꼭 부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마동의 변이는 사실이었고 진실도 동반했다. 시간을 받아들이듯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또다시.


 우우우웅. 웅성웅성하는 사람들의 이명이 들렸다. 소리가 한 곳으로 집약되었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소리가 떠돌다가 공(구)처럼 한 곳에 모아둔 것처럼 응축되었다. 웅웅하는 소리는 마동을 굉장히 힘겹게 만들었다.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눈이 흐리게 보이는 것만큼 힘들었다. 등을 소파에 깊게 파묻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명을 피할 수는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우웅 웅웅 하는 응축된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소리가 커질수록 잡음이 강한 외계 언어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언어는 바늘처럼 뾰족하고 아팠다. 마동의 무의식의 주파수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닿으려 했다. 주파수가 맞아지는 지점까지 모든 소리는 한 곳에 집약되어서 쌓였지만 형태가 잡히지 않아서 마동을 힘들게 했다. 이명은 알아들을 수 없는 활자의 조합으로 카페 안의 공간에 흘러 다니다 마동의 귓전으로 전부 박력 있게 날아들었다.


 웅웅웅 웅웅웅 우우웅 우우우웅.


 이해할 수 없었고 기계로 만들어진 벌레가 서로 몸을 부딪히는 소리처럼 들려 마동은 멎었던 두통이 밀려왔다. 쇠줄로 머리를 동여맨 다음 두 명의 여자가 힘껏 잡아당겼다. 마동은 에어컨이 힘 있게 나오는 카페 안에서 이틀 동안 흘리지 못했던 땀을 흘렸다. 땀이 이마와 콧등에 맺히더니 볼을 타고 흘렀다. 등에도 한줄기 땀이 흘렀을 때 눈을 감았다. 마동은 사막의 돌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병원에서 이곳으로 뛰어오면서 맞은 빗물이 이제야 흘러내리는 건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결코 그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땀이다. 확실하게 땀이었다. 이틀 만에 만나는 땀이다. 땀을 흘려 기분이 나아져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땀치고는 개운하지 않은 땀이다. 지금 마동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 땀은 조깅을 하면서 흘리는 땀과는 차이가 있다. 이 땀은 한 마디로 조약 되어있는 어둠 같은 땀이었다.


 불순물이 잔뜩 껴 있는 어둠. 탁하고 더러운 색이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어떤 빛도 허용되지 않는 어둠. 사람들을 사고로 몰고 가고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어둠과 같은 땀이 마동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을 감고 흘러내리는 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촉의 땀이었다.


 집약된 혼란스러운 어둠.


 비참하고 불쾌한 땀이 흐르고 있었다. 묽지도 않고 냄새가 많이 나는 미움의 땀이었다. 그리고 그때.


 -넌 내 앞에서 계속 남친 자랑 질이냐, 이야기 좀 안 했음 좋겠는데 젠장-


 -이년이거 내숭은, 정말 꼴불견이네. 오늘 밤 같이 자고 나면 헤어져야지-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입으로 내는 구어처럼 정확하게 들렸다. 생각이 언어처럼 확실했다. 사람들은 보이는 얼굴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끄럽고 싫다. 이 많은 손님은 필요 없다. 적당한 손님. 조용한 손님이 좋다. 어차피 나는 받는 월급은 일정하다. 커피에 대해서 더 파고들고 싶은데 이래서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사람들이 싫다 정말- 바리스타의 생각도 들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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