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n 08. 2020

마우스로 그려본 유명 그림들

그림 에세이

필립 거스턴 '커플인 베드’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화가는 몇 명 있고 그들의 그림을 훔쳐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들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는 것 역시 자산 같은 즐거움이다. 그들은 대부분이 외롭다.


필립 거스턴의 그림은 한참을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 그림은 거스턴의 외롭디 외로운 다른 그림에 비해 연인을 끌어안고 있다. 붓을 꼭 쥔 손으로 봐서 화가인 그림 속 주인공은 연인도 그림도 놓을 수 없다. 생존도 삶도 놓칠 수 없어서 다리를 오므리고 절대적으로 연인과 그림을 끌어안은 것 같다.


이불속에서 사랑을 속삭였고 달콤한 말을 쏟아냈을 것이다.

오늘은 당신을 그렸어.

작고 어두운 주인공 화가의 방.

비좁은 침대 위에서 사랑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진정한 어둠은 빛이 없는 게 아니라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림 같다.


필립 거스턴의 그림을 보면(사이클롭스의 그림이 많다) 힘들었던 것 같다. “60년대에 들어서자 나는 분열증에 걸린 기분이었다. 전쟁, 미국의 현실, 세계의 잔혹함. 집에 앉아 잡지를 읽고 좌절과 분노에 빠져 있다가, 빨강을 파랑으로 바꿔 칠하러 화실로 가는 나는 어떤 인간일까. (중략) 나는 어린 시절처럼 다시 완전해지고 싶었다. 나의 사고와 감정 사이에서 온전히 존재하고 싶었다.”




조지아 오키프 '붉은 칸나' 1923

조지아 오키프는 유명하니까 대체로 사람들이 다 안다. 그녀가 그린 꽃에서는 색감에서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지고 움직일 것 같은 태동도 느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키프보다 그녀의 남편인 사진가 스티글리츠의 사진을 먼저 접했다.


스티글리츠는 자신의 학생이었던 조지아 오키프의 특출한 능력을 보고 예술에 대해 가르치면서 연인으로 발전을 했다. 스티글리츠는 아내까지 있었지만 오키프는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키프를 두고 또 바람을 피웠고 그 충격으로 오키프는 두 달간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다. 우울증이 심했고 유방에 생긴 양성종양을 제거하는 동안에도 스티글리츠는 다른 여자와 연애를 즐겼다. 그랬던 오키프가 자기 돌보기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화가로서 일종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오키프의 관한 일화(이 이야기는 하루키의 에세이에 소개되었다) 중 하나는 1938년에 석 달 정도 하와이에 체류했다. 파인애플 통조림으로 유명한 돌 사의 초대를 받았다. 비용은 전부 댈 테니 마음껏 하와이에 머물며 광고에 쓸 파인애플 그림 한 장만 그려달라는, 실로 배포 큰 제안이었다.


오키프는 이혼의 상처도 달랠 겸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키프는 하와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눈에 보이는 모든 신선한 것이 그녀의 창작욕구를 부추겼다. 벨라도나, 하비스쿠스, 플루메리아, 꽃 생강, 연꽃 등 많은 그림을 아름답게, 오키프 식으로 그렸다. 그런데 파인애플 만은 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파인애플의 그림은 한 장도 그리지 않은 채 뉴욕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뒤로 난감한 돌 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찾아보세요.


하루키도 오키프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한 번쯤은 이렇게 대담해지고 싶지만 천성이 그러질 못한다고 했다. 사진 수업을 듣던 꼬맹이 오키프가 청탁이 들어와도 나는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릴 테야, 그리고 싶지 않은 건 청탁이 들어와도 죽어도 그리지 않을 테야. 라며 그리고 싶은 그림만 잔뜩 그리며 살다 갔다. 일종의 미술의 권력을 쥐고 마음껏 즐겼다.





제임스 맥닐 휘슬러 '올드 베터시 다리'

휘슬러의 이 그림은 나는 전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며칠을 끙끙하며 따라 그렸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여러 이야기가 스친다. 이 어둡고 혼탁한, 미래라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반짝이며 희망을 가지게 하는 저 금빛이 쏟아져 내린다. 잠시라도 밝게 빛난다.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그림들이 온통 그렇다. 흐릿하고, 모호하고, 정의하기 힘든, 하지만 영혼을 자극하고 오늘 달릴 수 있다면 신나게 달려봐, 하는 것 같다.


올드 베터시 다리를 보고 탁한 도시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남녀의 이야기가 떠 올라 소설을 한 편 써봤다. 주위에서는 재미있고 반응이 좋지만 그건 역시 편견이 깃든 주위라서 그런 것 같다.




키키 키린 1948. 1. 15. - 2018. 9. 15.

젊은 시절의 키키 키린을 그려봤다. 브런치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키키 키린에 관한, 그러니까 키키 키린이 나온 영화에 대해서 여러 글들을 올린 적이 있었다. 나는 영화를 꽤 많이 보는 편으로 삼일에 두 편 정도를 본다. 딱히 글을 쓰는 연습을 할 수 없어서 영화를 보고 리뷰를 적기 시작한 것이 아주 많은 양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한국영화 ‘박화영’의 리뷰에는 감독인 이환이 댓글을 달았고, 상영관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았던 한국 공포영화 ‘휴게소’의 리뷰에는 제작사가 댓글을 달았었다. 배우 최병모에 대한 리뷰에는 최병모 배우가 또 댓글을 달았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키키 키린의 연기가 좋아서 키키 키린이 죽기 전, 예전에 키키 키린과 변희봉이 나오는 영화가 있으면 어떨까 하며 이야기를 적어 본 적이 있었다.


영화는 코미디로 변희봉과 니시다 토시유키(일본의 할아버지 배우)는 젊었을 적 잘 나가던 폭력배 친구였다.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자의 꿈을 키우던 젊은 변희봉이 조직들에 의해 죽음의 상황에 놓였을 때 젊은 니시다 토시유키가 구해준다. 두 사람은 조직에서 승승장구하여 중간보스급으로 오르는데 그만 젊은 니시다 토시유키가 조직에서 잘못하여 손가락이 잘려나갈 뻔하는데, 대신해서 목숨 걸고 반대파에 뛰어들어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람이 젊은 변희봉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조직폭력의 꿈을 키워가던 중 한국과 일본의 국제법이 틀어지면서 사이가 좋지 않게 되어 일본 내 한국인 조직폭력배를 잡아들이는 일이 벌어지고 할 수 없이 젊은 변희봉은 한국으로 오게 되면서 두 사람은 연락이 끊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변희봉은 한국에서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공인중개업을 하면서(일본어는 다 잊어버리고)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느닷없이 일본에서 한 할머니 키키 키린이 나타난다.


일본에서 어느 날, 조직폭력의 두목이었던 니시다 토시유키는 병환으로 끝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 죽기 직전 부인 키키 키린에게 한 통의 편지를 주며 한국에 있는 친구 변희봉을 찾아가서 이 편지를 전하라고 한다. 꼭 두 사람이 같이 뜯어보라는 말을 남기고 죽게 되고 키키 키린은 편지 한 통 달랑 들고 한국으로 와서는 말도 통하지 않는 변희봉과 만나서 편지를 개봉하려는데 야쿠자 졸개들이 편지가 보물을 숨겨 놓은 편지라고 생각하고 키키 키린과 변희봉을 쫒으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 변희봉의 그 넉살 섞인 말투 “아 근데 말씨”같은 말로 키키 키린을 대하고 키키 키린은 “에? 에? 에에에 에? 나니? 나니?”라며 대화가 되지 않아서 같은 길로 도망치는 것도 어려워서 헤매게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며 혼자서 낄낄거리며 적어봤던 적이 있었다.





마를린 뒤마스. 제목 모르겠음


마를린 뒤마스의 그림은 몇 점 따라 그렸는데 그 파일이 전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 그림은 그녀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나서 표지 디자인으로 편집을 한 것인데 이것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아쉽다.


마를린 뒤마스의 그림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생생하다. 아주 아프고, 인생이란 고통과 증오가 계속 반복된다고 그림은 말하고 있어서 놀랍다.


도대체 이 힘든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고 그림 속 주인공은 말한다. 그렇게 보인다. 아픔의 깊이가 감탄보다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그림들이다.





그린 그림을 출력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고 나면 끝이 아니다. 그저 파일로 남아서 컴퓨터 안에 들어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우스로 그린 그림의 장점이라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려본 그림은 이렇게 사진으로 출력을 해 본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와 홍상수의 ‘강변모텔’ 속 한 장면도 그렸고 먼로의 그림도 그렸고 마크 트웨인도 그렸다. 일드 '낚시 바보 일지'의 그 녀석도 그려봤다. 아무튼 닥치는 대로 많이도 그리고 출력을 했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그리는 동안에는 머엉, 멍한 상태로 그림만 그리기 때문에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액자에 넣어 전시. 중간에 인기는 없지만 나의 소설집도.

그리고 이렇게 돌아가면서 액자에 넣어서 사람들에게 억지로 관람을 시킨다.

주위의 실제 인물도 있다.

실제 인물들은 그림을 그려서 이렇게 만들어 주면 대체로 좋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관 문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