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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5. 2020

교관 문예지

사진 이야기

매년 한 번씩 문예지를 만들어 본다. 그래 봐야 2년 했지만. 이전에는 문예지가 아나라 다른 걸 만들었었다. 판매목적이 아니라 재미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팔로워가 된 분들이 대체로 책을 좋아하고 글을 참 잘 쓴다. 짤막한 글인데 길게 여운이 남는 글들을 매일매일 아무렇지 않게 적어낸다.


게 중에 몇 명의 글들과 사진을 문예지에 싣는다.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정기준 같은 건 없다. 작년에 두 번째로 만든 것인데 재작년에 만들 때 들어있던 아이디가 빠지면 또 표현을 안 하지만 섭섭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건 그저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말아요,라고 말하기도 이상하다.


편집을 하면 이렇게 공책 크기 만하게 출력을 한다. 프린트물이 종이가 아니라 사진 인화지라 나은 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나은 점이라면 종이보다는 질감이 좋고 오래간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인쇄 개념의 CMYK가 아니라 출력 개념인 RGB방식이라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점이 있다. 뭐 그냥 기념이니까, 하고 넘기면 된다.


이렇게 몇 장 출력을 해서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보내준다. 경기도로 날아가고 서울로도 날아간다. 백남준의 아트를 보는 것 같은 예술을 하는 사람도 있다. 글을 좋아하고 적는 사람 중에는 단편영화감독도 있다. 상영관에도 올리고 열심히 하는데 그만큼 영화나 사람들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이기에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어느 날, 고뇌하는 젊은 감독은 볼펜으로 직접 쓴 시나리오를 보내왔다. 읽어보고 어떤지 좀 알려달라는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는 처음 읽어봤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일일이 손 아프게 적은 시나리오를 나에게 보내면 넌 어떻게? 같은 말을 하니 자신은 복사본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작년의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 내가 있는 바닷가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올해는 장난스러운 문예지지만, 문예지를 만들지 잘 모르겠다. 몇 명 안 되는 글을 편집하는 것도 꼬박 반나절이 걸린다. 하는 일도 많아졌고 쓰는 글도 많아졌다. 이곳에 하루에 두 번 글을 올리기로 했으니까 그걸 지키려면 물속의 오리발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잘 모르겠다.  



반나절을 낑낑 거리며 편집을 한다.





출력을 해본다. 손으로 만져지는 느낌이 좋다.




내 껀 액자에 넣어서 몇 달 정도 사람들에게 억지로 관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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