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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0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39

6장 2일째 저녁

139.

 마동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달릴 수 있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초밥 장인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여 늘 하던 식으로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처럼 손이 알아서 초밥을 만드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고 재고할 것 없이 몸은 패턴을 기억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마동은 달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어제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달리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게 들었고 이미 마동의 신체는 반응을 하고 있었다.


 여름밤의 습기가 가득한, 후텁지근한 공기가 마동이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으로 한껏 들어왔다. 배고픈 난쟁이가 눈앞의 고기 냄새를 맡 듯 흐음하며 여름밤의 공기를 마음껏 끌어들여 마셨다. 색온도가 좋은 곳에서 찍은 선명도가 쨍한 사진처럼 정신은 청명한 상태였고 컨디션은 최상의 수준이었다. 마동은 오늘 밤에도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의 조깅코스를 달렸다.


 바닷가의 여름밤은 사람들을 집 밖으로, 야외로 불러냈다. 남녀노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여름밤이라는 것은 젊은 사람들은 다시 술집이나 카페 안으로 밀어 넣었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야외에 붙잡아 두었다. 여름밤은 극명하게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은 무더운 여름밤에도 그들의 선은 분명했다.


 사람들은 여름밤의 해안가에 몰려있는 시원한 술집 안에 쥐떼처럼 모여 술을 위장에 부어 넣고 있었다. 혈기왕성은 젊은이들에게 한여름밤을 불태우는 밤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여름밤에 조깅이란 고기 없는 식단과 비슷하다. 조깅코스에는 노부부와 건강을 악착같이 챙겨야 하는 중년 이상의 남자들이 뛰거나 빠르게 걷고 있을 뿐이었다.


 마동은 어제보다 더 가벼워진 몸 상태로 조깅코스를 달렸다. 개나리가 강변의 마른땅을 뚫고 올라와 대지를 가득 메꾸면 그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와도 같은 몸짓으로 달렸다. 어제의 밤보다 더욱 활기차고 기운이 넘쳤다. 조금 더 빠르게 달려도 가뿐했고 몸에 무리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발을 내딛는 도로의 딱딱한 바닥이 마동의 뇌 속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마동은 자신의 한 발이 도로에 닿기 전에 다른 쪽 발이 도로에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10센티미터 부유한 상태에서 앞으로 내달리는 그런 묘한 기분이었다. 도로의 굴곡 상태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동은 가뿐하고 날렵하게 내 달렸다. 발을 내딛는 도로에서 공중으로 약간 떠서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동은 느끼며 달렸다. 앞을 보며 힘차게 달리면서 마동은 자신의 몸에 분명하고도 확실한 변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이제 앞으로 어떤 변이가 또 일어날까.


 어떠한 변화나 변이이든 지금처럼 받아들여,라고 애써 다짐했다. 마동은 분홍 간호사의 말과 소피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이라도 필연이라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소피 역시 어쩔 수 없는 생활을 하며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소피는 자신이 하는 일을 받아들임으로 해서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소피는 특수한 삶을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평범함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평범하게 보이는 결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결혼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수많은 이유와 명분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쉬운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둘이 함께 나란히 앞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했다. 이혼하는 부부가 매년 늘어가고 있다고 티브이 속 뉴스에서는 말하고 있다.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못하느냐의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내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면 변이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의사에게 들었다. 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을지라도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든 것은 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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