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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추억의 맛이 느닷없이 나타나면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by 교관

복면가왕의 가면으로 유명한 황재근이 어느 티브이 프로에 나와서 매일 들리는 카페에서 늘 아아와 라테를 주문해서 마시는데, 아아를 한 모금 마시고, 라테를 한 모금 마시다가 반 정도 남았을 때, 라테를 아아에 부으면 아이스라테까지 마시기 때문에, 세 잔을 마시는 느낌이라 풍족 감이 든다고 했다.


나는 이 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있다.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나만의 풍족 감이 있다. 소박하고 하찮지만 혼자만이 간직하는 풍족 감이 있다.


예전에 삼대 천왕이라는 음식 프로그램이 인기 있을 때, 보조 진행자였던 EXID의 하니가 전통시장 고로케를 먹고 눈물을 흘려 사람들에게 욕을 듣고,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대체로 보기 불편했다는 시선이었다. 그 장면에서 하니의 눈물은 연출이 아닌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먹었던 고로케가 추억이 되면 충분히 의도치 않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맛이 있다. 예상도 못한 곳에서 그런 추억의 맛을 먹으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핑 하게 떠오른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겨울] 편에서 두 번째 음식에서도 이치코가 먹는 설탕 간장에 담긴 떡은 추억의 맛이다. 추억이 낫토 떡에 입혀진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생존에 관여된 부분이 크지만, 그 음식점에서 너와 함께 먹었다는 추억, 그 추억이 고스란히 음식의 맛을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삼대 천왕에서 하니는 시장표 고로케를 한 입 먹는 순간 어린 시절에 힘들게 일하며 고생하던 엄마가 만들어줬던 고로케의 추억이 밀려왔을 것이다. 추억의 맛은 자주 해 먹을 수는 없다. 추억에 기인한 음식이 있다. 그런 음식은 추억의 맛으로 먹게 된다.


추억의 맛 때문에 그 음식을 일부러 찾기도 한다. 나만의 풍족 감이 있다. 추억으로만 먹게 되는 맛은 마치 달력의 뒤편처럼 늘 가까이 있지만 달력을 넘기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아름답지만 안타깝고 쓸쓸한 맛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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