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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의지보다는 마음이 있어야 매일 할 수 있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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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21도. 시원하고 바람까지 차다. 이런 날 땀이 나지만 금방 식는다. 거의 매일 달리다 보미 분기별로 코스를 바꾸어 달리게 된다. 그걸 10년 넘게 하면 늘 가던 곳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지인의 폰 가게에서 물을 얻어 마시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무척 의지가 강하시군요”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의지가 강해서라기보다 그저 하다 보니 성격에 맞아서 매일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루 24시간 중에 고작 1시간 정도 달릴 뿐인데 정말 대단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다.


의지와 무관하게 인간은 매일 하는 것들이 있다. 매일 옷을 갈아입고, 옷을 입을 때 왼팔을 먼저 넣는 사람이 있고, 바지에 오른발을 먼저 넣는 사람이 있다. 눈 뜨자마자 좀비처럼 화장실로 가는 사람도 있다. 이런 행동은 무의식의 발로다.


무의식적 행동에서 좀 더 확장을 하면 인간은 매일 밥을 먹고 매일 잠을 잔다. 밥을 먹고 잠이 드는 건 무의식보다 의지로 이루어지는 행동이지만 무의식처럼 하게 된다. 의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의지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매일 무엇인가 하게 되는 건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건 생존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지만 사람이라면 밥과 잠을 다 좋아한다.


달리기 하면 하루킨데, 하루키의 말처럼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물론 거기에 의지 같은 것이 조금은 관계하고 있겠지만, 의지가 무척 강한 사람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을 오래 지속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의지가 강하다고 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안 되는 일, 잘 못하는 일을 의지만으로 미로 나가면 어딘가에서 삐거덕 거리게 된다. 의지라는 건, 생활에서 반드시 아침에 일어날 의지가 없으면 회사에 매일 지각을 하게 될 것이고 결국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의지만 있다고 해서 매일 달릴 수는 없다. 인간의 생활을 문학적으로 보면 의지보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면 우리는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다.


만약 회사에서 사장이 급하게 시키는 일과 눈앞의 꽉 찬 쓰레기통이 보인다면, 마음이 없는 사람은 쓰레기통을 먼저 치우게 된다. 사장이 시킨 급한 업무는 뒷전이 된다. 사랑과 일 중에 눈앞에 일이 있으면 사랑보다 일을 택하게 된다.


마음이 사라지면 그렇게 된다. 매일 달리는 것처럼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요즘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 문학을 한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라서 문학을 하는 건 멋진 일이다. 매일 달리고, 매일 글을 쓴다는 건 미치지 않고서는 좀체 할 수 없다. 그러려면 의지보다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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