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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능소화

by 교관

어제 조깅을 하고 오는데 능소화가 떨어져 있는 모습을 봤다.


능소화는 지난번에 올렸던 것처럼 태양이 펄펄 끓는 팔월에도 여봐란듯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가 구월이 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통째로 바닥에 툭 떨어진다.


잔인한 것이다. 아름다운 벚꽃처럼 잎 하나하나 떨어지지 않는다. 하늘을 업신여긴다는 뜻으로 하늘을 농락하는 꽃이 능소화다.


박완서의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도 능소화가 배경이 되는데, 영빈을 비롯한 주인공들의 욕망을 비롯한 잔인함을 능소화로 표현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산시 자인면 자인초등학교 근처 적산가옥에 능소화로 유명한 집이 있었다. 3대째 이 집에 살고 있는 집주인 김철영 씨는 선대로부터 50년 넘게 이 능소화를 관리해 왔는데, 2022년에 누군가 능소화나무줄기 밑동을 잘라버린 사건이 발생해서 말라죽고 말았다고 한다.


집주인은 현상수배를 걸어놓은 상태인데, 궁금한 이야기Y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기도 했었다. 방송 내용에 의하면 그냥 톱으로 다른 게 아니라 독한 제초제 한 병을 부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근처에 CCTV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랬다는 설이 유력했다.


경산시 측에서 비슷한 수령의 나무를 확보해 복원을 하겠다고 해서, 2023년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지만, 원래의 자연스럽게 굽어진 모습이 아니라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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