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 김소연 시인
여러 사람이 함께 내리는 판단이 더 이성적이며 부조리한 감정들을 걸러낸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때로 우리는 집단이 이루어내는 감정의 과장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래서 집단은 ‘축제’를 만들기도 하고, ‘광란’을 만들기도 한다. 대개의 집단이 이루어내는 최종의 감정 상태는 말 그대로 ‘광란의 축제’에 해당된다.
전쟁을 일으키고 독재와 학살을 일삼는 권력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개인이 취하는 이성의 목소리를 외톨이로 만드는 일이다. 그와 함께 집단의 행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심리 상태를 끄집어내어 강력한 함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외톨이가 되는 것이 두려운 모든 사람들은, 서로 결속되려 하고 그 결속으로 위험한 힘을 과시하며, 이 사회에서 가장 폭력적인 존재가 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때로 질 나쁜 군중심리를 생산해내는 ‘대중’인 셈이다.
이 복잡한 사회에서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자기 확신은 턱없이 부족할 테고, 그러므로 우리는 매 순간의 판단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왔던 쪽으로 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지라도,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지 않고 군중에게 있으며, 그 결정이 최악의 실패를 낳을지라도 모두가 함께하는 참패이기에, 최소한 비웃음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연약한 개인의 목소리를 강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접대하고 연대한다. 그 관습이 접대하지 않는 자에 대한 천대를, 연대하지 않는 자에 대한 적대를 낳곤 한다. 한 배를 타지 않은 자들에게 배타적이게 되고, 공동의 선을 추구했어도 그 이익을 나누는 데에선 배제해버리는 악행을 의도적으로 행하곤 한다.
혼자만의 결정으로 군중을 이탈하여 외길을 가는 삶은 그러므로, 성공한다고 해도 존경을 받거나 하진 않는다. 길은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는 은근히 배타적이다. 기껏해야 예외를 낳은 기이한 경우에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다. 만약 그 숭고한 외길의 삶이 실패를 하게 된다면 영락없는 바보로 전락한다. 존경은 오로지, 같은 판단을 하고 같은 노선을 걸었던 군중 안에서 가장 탁월한 결과를 낳은 자에게 돌아간다.
- 김소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