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르포집
언더그라운드 2, [약속된 장소]는 하루키의 르포집이다. 언더그라운드 1에서는 사린가스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했고 [약속된 장소]에서는 옴진리교인들을 인터뷰했다. 르포집이라고 하지만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객관적 서술 없이 그저 인터뷰를 옮겨 놓은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 하루키가 전혀 묻어 있지 않음에도 한 번 읽으면 끝까지 보게 된다. 왜 그럴까. 그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그것도 사람들의 사정 때문에 한 번만 딴 인터뷰를 실었을 뿐인데 재미있다는 것이다.
트루먼 카포티의 소설 [인 콜 더 블러드]가 어쩌면 르포집에 가깝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가족의 처참한 죽음을 시간 별로 죽 열거해 놓은 것 같은 사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세세하게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소설 아닌 소설 같은 소설 같지 않는 소설이었다.
언더그라운드 1, 2편은 하루키의 [일큐팔사]에 나오는 일그러진 코뮌의 모습을 탄생시켰다. 사린가스 사건은 95년도 4월. 그 해 우리나라에도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새 학기가 4월이다. 사쿠라가 활짝 필 때 신학기기 열린다. 그때 사린가스가 살포되었다.
사린가스는 걸프전 때 굴을 파서 지하로 다니는 쿠드르족을 소탕하기 위해 만든 독가스로 소량의 사린가스로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인마살상용 가스로 이후 모든 나라에서 사람을 너무 쉽게 죽여서 제조를 금지했다. 그걸 옴진리교에서 교인들에게 받은 헌금으로 공장을 지어서 사린가스를 제조했다. 제조에는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회 계층의 엘리트들이 동원되었다.
그렇게 제조한 사린가스를 4월의 화창한 봄날에 옴진리교인들이 각각 지하철에서 살포를 한다. 검은 봉지에 가스를 담아서 우산 끝으로 툭 터트리고 나온다. 사린가스의 무서움은 검색해 보기 바람. 얼마큼의 양으로 얼마나 어떻게 숨이 끊어지는지 알 수 있다. 사린 가스 극소량을 마신 사람들은 시야가 협착이 되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면서 영화처럼 봄날에 그대로 픽픽 쓰러졌다.
119에서 출동했을 때 그야말로 기괴한 풍경이었다. 지하도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지상에서 전부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 독가스로 인한 응급처치가 없어서 더욱 고역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갇힌 공간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때의 후유증이 심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잖아! 였다.
이는 대구지하철참사 때도 비슷했다. 사고 당일 오전에 청소용역업체를 불러 증거를 전부 청소를 했다. 연기에 질식해 가면서 손톱으로 철문을 긁은 자국까지 전부 청소를 했다. 1년 후 참사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당시 중앙대 영상 대학원생이었던 현종문 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사고 현장을 따라가면서 담은 다큐 [메모리즈 – 슬픔과 분노]에서 대구시와 국가공인기관 등 잘못된 관행이 드러났다.
당시 대구시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이런 참사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았다. 언론은 통제되었고, 인터넷도 요즘 같지 않았던 그때 참사 근처의 빌딩들은 검은 천을 거대한 건물에 덮어서 대구 지하철 참사를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때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역시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지하철을 탈 수 없다. 지하로 들어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만해라,라고 한다.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약속된 장소]에서는 옴진리교 교인들을 인터뷰했다. 이때 하루키는 또 한 번 크게 문단과 언론의 포화를 받았다. 소설가가 왜 이런 르포집을 내느냐고. 그러나 책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하루키는 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취재하려고 카메라를 들고 1년을 담은 현종문 감독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오직 마음이 움직여서 하게 되는 일이 세상에 존재한다. 사린가스 사건에 연루된 종교인들, 즉 옴진리교에 들어가서 아시하라 쇼코에게 넘어가 러시아까지 가서 무기를 사들이고 가스를 제조하고 사격훈련까지 받은 사람들을 둘러싼 옴진리교인들의 이야기가 [약속된 장소]에 실려 있다.
이단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린 시절부터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상력의 발로 없이 필요한 교육만으로 머리를 채웠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전부 맞아서 타인의 의견을 듣지 않는 독선을 보인다. 정확한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강하게 믿고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태도를 강하게 보인다.
그렇것이다 => 그럴 거야 => 그렇다 => 그렇게 되었다, 가 되어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시킨다. 비논리적인 사고를 논리적이게 말하지 못하게 어느 시점을 넘어서고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다른 논리적인 의견에 분노하거나 무시한다. 거기에 혐오가 등장하고, 혐오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늘 일등이어서 내 생각대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는 것에서 조직과 단체를 부정하고 불신하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똑똑하고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는데, 울타리 밖의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자신과는 다른 [어떤 것]으로 치부한다. 그럴 때 이단종교가 슬쩍 밀고 들어오면 그대로 종교화가 되고 만다. 그들은 대체로 나와 비슷한 의식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면 모두가 행복한 모습만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코뮌이나 카운터 컬처가 대부분 실패했다. 하루키의 모든 책 – 소설, 에세이, 대담, 격언, 수필이 실린 책 중에서 유일하게 하루키가 전혀 개입을 하지 않는 책이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다. 옴진리교 교주 쇼코는 2018년에 사형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