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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54

6장 2일째 저녁

154.

  나만의 방법론이 내가 치열한 인간사에서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리움이 가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명도.


 대학교 때 같이 동거를 하던 여자도, 고향집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어머니도, 지나쳤던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그립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는 아버지도 그리운 존재에 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동은 장군이와 눈을 마주하면서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가슴에 일렁이는 작은 마음을 느끼면서 말이다. 작은 마음은 마동에게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온 신경세포를 통해 전달했다.


 도대체 누구의 마음일까.


 마동은 대학교 때를 잠시 떠 올렸다. 동거를 했던 그 여자의 마음은 필시 아니었다. 마동보다 3살 많고 피아노를 전공하던 여자, 두 사람은 섹스를 했다. 그것이 그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상적인 그 여자의 모습이었다. 갈구하던 여자의 몸은 거짓말처럼 옷을 벗는 순간 달라졌다. 땀 때문에 얼굴에 무늬를 만들어낸 머리카락이 떠올랐다. 마동은 불우했고 그녀는 마음이 가난했다. 그렇다고 마동이 마음이 풍족하고 그녀에게 돈이 많았다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엇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가난하게 대학에 진학하여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다. 그녀를 만난 건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이었다. 그곳은 대형 한식 레스토랑으로 숯으로 요리를 하는 대형 전문 식당이었다. 마동은 그곳에서 접시도 닦고 조리용 불판에 들어갈 숯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다 보면 숯을 만지게 되는 위치에 오르고 숯 관리를 잘하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숯은 향이 배이게 요리하는 음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숯을 관리하는 것에는 집중을 요했다. 주로 백탄 참숯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이라 숯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레스토랑 뒤편 정원에는 참나무 장작이 가득 쌓여있고 마동은 직접 그 장작을 잘라서 숯으로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백탄은 1300도의 고열로 가열하고 골고루 태워줘야 한다. 그리고 질 좋은 흙으로 백탄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고 식히는 과정을 두 번이나 해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탄생되어야 숯은 유해성분이 빠져나가고 최고급의 숯으로 남게 되어 손님들의 상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마동은 숯을 다루는 것을 유독 잘했고 이전에 숯을 만지던 이들에 비해 숯에 대한 집중도가 뛰어났다.


 그녀는 홀에서 파트타임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3살 많은 그녀는 마동보다 석 달 먼저 일을 했다. 마동은 그녀를 만나기 전에 몇몇의 여자들과 잠을 자기는 했지만 그 관계가 발전하지는 않았다. 섹스를 하고 등을 보이며 헤어지는 것에 익숙했고 편했다. 마동은 가난했기에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확인받으려는 마음이 깔린 기념일을 챙기거나 여행은 사치였다. 그녀는 피아노를 공부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아르바이트의 급여를 받았지만 집에 피아노가 없는 그녀는 이곳을 피아노를 연습하는 연습실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했다. 수업을 들으며 수업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마동은 학과 후에는 식당에서 숯을 관리하는 일을 자정이 넘도록 했다.


 수업시간을 쪼개서 마동이 했던 아르바이트에는 세계의 건축사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아르누보 양식이나 고전 건축양식에 대해서 가르치는 일도 있었고, 대형 제과점에서 신제품을 시식하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환경미화원들의 싸리 빗자루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거리는 드물었고 결국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숯불을 다루는 일까지 하게 되었는데 숯을 다루는 일이 꽤 오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마동은 숯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고 집중했다. 숯을 다루는 일은 정신을 흩뜨려 놓고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숯은 살아있어서 마동이 얼마나 숯에게 애정으로 다가가느냐에 따라서 질 좋은 백탄으로 바뀌거나 하찮은 숯으로 떨어지거나 하게 된다. 모든 것이 마동에게 달린 것이다.


 달구어진 숯은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뜨거운 심장을 보는 것 같았다. 정성을 기울이면 그 붉은빛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숯의 몸을 몽땅 달구며 피어올랐다. 숯이 지니는 붉은 혁명은 아름다운 아르누보를 넘어서는 미학이 담겨 있었다. 마동은 숯불을 다루면서 불꽃이 지니고 있는 형언할 수 없는 색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불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의 마음이 투사되었다. 마동은 숯의 불빛에 현혹되어서 하마터면 손으로 숯을 잡을 뻔했다. 숯불 속의 가녀린 불꽃은 마치 마동 속에 있는 심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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