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뒤지다가
학창 시절에도 연예인병 같은 건 없었다. 친구들이 덕질하는 연예인을 말할 때에도 나는 대체로 시큰둥했다. 학창 시절에 워낙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메탈밴드를 좋아해서 연예인은 글쎄였다. 본조비나 메탈리카의 검은 티셔츠를 사 입기도 했고, 방문에 앨범을 구입하고 받은 스키드로우 브로마이드를 붙여 놓은 적은 있었지만 연예인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최진실은 좋았다. 유일하게 좋아한 연예인이었다. 덕질까지는 아니지만 사진을 문방구에서 구입했다. 예전에는 학교 앞 문방구에 연예인 사진을 팔았다. 코닥필름에서 나온 인화된 진짜 사진이다. 남들은 쉽게 쉽게 구입하는 연예인 사진을 나는 쭈뼛쭈뼛 어렵게도 구입했다. 잘 나가는 연예인 사진은 재빠르게 사라지니까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내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는 여러 학교가 있어서 경쟁이 더 치열하다.
요 근래에도 최진실이 나왔던 [그대 그리고 나]를 봤는데 재미있었다. 시댁식구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최진실은 파도를 헤쳐나가는 것처럼 잘도 헤엄을 치며 사랑까지 지킨다. 멋진 모습이었다.
박진영의 [십 년이 지나도]의 앞부분 내레이션을 최진실이 했다. [미안해 너도 금방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괜찮지?]라고 말하는 최진실의 목소리는 지금 들으면 아련하다. 그렇게 한 마디 남기고 떠난 그녀를 잊지 못한다. 너를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쉽게 살아갈 수가 없다. 두고 봐. 하며 노래가 이어진다.
십 년이라는 시간은 금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딸이 다섯 살에 머물기를 바라지만 돌아보면 사춘기에 들어서 있다. 최진실이 고인이 된 지도 25년이 넘었다. 몇 년만 있으면 30년이 된다. 시간은 너무 빠르다. 최진실의 죽음에는 졸피뎀이라는 수면제, 약물이 깊게 관여되었다. 이 약을 과다 복용하면 살아있되 영혼과 육체가 분리될 정도로 사람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졸피뎀은 자꾸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고 아무렇지 않다고 타이른다. 당시 졸피뎀은 의사가 처방을 잘해주었다. 최진실의 약물을 타서 가져다준 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매니저는 약물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옆에서 최진실을 지켜봤으니까. 약을 먹으면 바로 잠이 드는 게 아니라 점점 망상과 고통으로 시달린다. 후에 그 인터뷰를 했던 매니저 역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매니저 역시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진영 역시 졸피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최진영이 죽고 나서 최진영 친구가 최진영이 누나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며 졸피뎀을 복용한 것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최진영은 하루에 열 알 이상 먹었다고 한다. 최진영이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 약은 죽어도 괜찮다고 부추기는 부작용이 심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한 최진영 친구 역시 졸피뎀의 복용으로 4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는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졸피뎀이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도, 그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앨범을 보는데 최진실의 사진이 나왔다.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사진도, 사진 속 최진실의 모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