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지요
간단하게 말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김승옥 무진기행의 이 문장이 생각납니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잿빛이더니 비가 옵니다. 기온이 떨어져서 을씨년스러운 것 같은데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난로를 틀어서 가게 안이 훈훈합니다.
라디오에서는 캐럴을 들려주고 있어요. 이런 날이면 예전의 겨울 느낌이 되살아나는 거 같습니다. 하얀 겨울이 세상에 가득할 때의 겨울말입니다. 날은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겨울말입니다. 바로 당신과 함께 보냈기에 따뜻한 겨울말입니다. 이런 기분은 잠깐입니다. 깊고 깊게 느껴야만 합니다. 재빠르게 잊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은 강하게 느껴야 합니다.
요즘은 겨울이지만 따뜻합니다. 일주일 동안 하루만 1도였다가 대부분 10도가 넘습니다. 밤에도 말입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합니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동물들이 잠들지 못하고 깨어서 움직이고 있으면 이상합니다. 하지만 이상함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우리의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오늘 또 하루가 이렇게 갑니다. 잠시 세기말에 김경호가 있어서, 김경호의 노래가 있어서 행복했던 때를 떠올립니다. 희망이 가득했었습니다. 황우석에 열광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세포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던 환자와 가족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저 한낱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고문 중에 잔인한 고문이 희망고문입니다. 희망이 절망의 반대편에 있는 거 같지만 실은 같은 개념일지 모릅니다.
절망은 믿지 않기에 절망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합니다만 희망은 믿고 있다가 배신을 당하면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바야흐로 성탄절입니다. 올해만큼 기분이 안 나는 성탄절도 없습니다. 11월부터 성탄을 준비하던 때도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너무 여유가 없습니다. 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이 너무 없습니다.
이 정도로 추락할 줄을 몰랐습니다. 이렇게 걱정과 고민이 깊어지면 심장이 빨리 뜁니다. 당신이 남긴 부재는 존재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집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내내 따뜻하고 시원하게 보내고 있을 테지요. 밑을 내려가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슬쩍 짓기를 바랍니다.
김경호 -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 https://youtu.be/A8aTCZ4UaXs?si=N_dcOpnHWFghLq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