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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61

7장 당일

161.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의 무릎 위에서 그의 굳은 몸을 축축한 돌기로 감싸 안고 엉덩이를 움직였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만난 것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먼저 머리에 떠돌아다니는 단어를 늘어트려 놓은 다음 그 단어들을 잘 배치해 보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잘 적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단어를 저쪽 끝에서 재배열해서 문장을 만들어 본다. 섹스를 하면서 글을 쓰는 생각을 하는 것도 낯설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지정할 수 없는, 낯선 익숙함도 있었다.


 “사라, 그런데 이렇게 섹스를 하다가는 사라 당신은 임신이 될지도 몰라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다시 한번 마동의 볼을 감쌌다. 차갑고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마동은 그녀의 눈과 캐치 아이가 되었다.


 “괜찮아요. 저는 인간의 교접으로는 임신이 불가능해요.”


 여름의 밤은 대중목욕탕의 한증막처럼 더웠지만 세차고 까다롭게 내리다가 가늘어진 비 때문에 시원했다. 비는 심술궂은 패턴의 반복으로 쏟아졌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이 잘 보이게 자신의 상의를 반쯤 내렸다. 가슴이 드러났고 빗줄기가 가늘게 내릴 때면 달빛을 받아 선명하게 가슴이 보였다. 그녀의 가슴과 선홍빛 유륜에 신성한 유물처럼 박혀 있는 유두가 확실하게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우리는 자연이 되려는 거예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자연? 어떤 자연이죠?” 마동 역시 신음 소리를 냈다.


 “조화를 이루고 균형이 있는 자연이에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말했다.


 “조화와 균형이라고요?”


 “우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되는 거예요.”


 “그럼 우리는 고도를 찾아가는 건가요? 결국 아무것도 없는 것을요?” 마동이 다시 질문했다. 마동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대답이 없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장마 뒤 배나무에 붙어있는 불길한 얼굴을 지닌 배 같은 마동의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만졌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사라, 그런데 왜 납니까.”


 “당신이 바로 나이니까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의 입술에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마동은 그녀의 끝에 닿기 위해 점점 깊숙이 들어갔고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과 가슴골에 시선을 두었다. 그녀의 음모에 가려진 날카로운 칼날이 마동의 성기를 갈랐다. 마동의 꿈에 나타나던 희미하고 불합리한 정체모를 풍경이 펼쳐졌다. 서서히 희미함이 걷힌다.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여자애가 누구인지 보이려는 찰나, 어둠이 장막으로 들어와 깔리기 시작했다. 음모 속의 칼날은 가혹했다. 마동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성욕의 냄새가 대나무 숲에 풍겼다.


 또 다른 감정, 예기와 여망과 희구가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신음 속에 감추어진 감정을 마동은 느끼면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보송한 이불처럼 그녀의 피부는 부드러웠다. 비에 젖지도 않았고 땀도 흘리지 않았다. 땀에 절어 끈적끈적하고 비에 젖어 축축한 마동의 몸과는 비교가 불가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면도날이 되어 밤공기를 가르고 대기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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