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짐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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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12월 마지막 날이었다. 2년을 병원 생활을 하면서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는 바람에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그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불고 추운 날이었다. 1월 1일에 거짓말처럼 날이 청명했다. 코로나가 막 시작할 무렵 친구가 사고로 죽었다. 그때 친구에게는 아직 어린 두 아들이 있었다. 나와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 웃으며 잘 이야기하고 헤어진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이 아파서 죽고, 사고로 죽고 스스로 죽었다. 죽음의 종류는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태어날 때는 비슷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죽음은 다르다. 이렇게 하루 열심히 살아봐야 내일 어떻게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불과 얼마 전이었다. 매일 삶은 달걀을 먹는데 어느 날은 껍질이 잘 까지지 않았다. 어제처럼 까면 오늘도 잘 까져야 하는데 껍질에 흰자가 달려 나오고 껍질이 너무 잔잔하게 까져서 계란 여기저기에 더럽게 붙어 있다. 껍질을 뜯는 수준으로 까다보면 삶은 계란 하나 제대로 까지 못한다는 생각에, 오기로 껍질이 붙은 채 씹어 먹다가 그만 울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몇 번은 그럴 것 같다. 책에서는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며 삶의 연장이라 죽음에 대해서 무섭거나 힘들게 생각하지 말라는 투다. 책을 쓴 지들이 죽어보지 않고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알까. 그냥 세상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 한 번은 죽는다. 죽지 않는 인간은 없다. 그 죽음에 나 자신을 포함시키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매일 먹는 삶은 달걀을 잘 까보고 죽고 싶다. 깔끔하게 한 번에 잘 까서 먹고 난 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기로 하자. 이승환 35주년 콘서트를 보니 내가 죽을 때 반려견이 무지개다리 건너 천국에서 마중 나온다는 얘기를 가장 좋아한다는데. 내가 죽으면 곱슬이와 티박이도 나를 반기러 나온다는 생각을 해야지. 마지막 순간에도 기어코 내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굴을 핥고 꼬리를 한 번 흔든 다음에 눈을 감은 녀석들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삶은 달걀 껍질을 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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