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보조 배터리가 제대로 충전이 안 된다. 아이폰4를 구입할 즈음에 구입했으니까 15년 정도 된 것 같다. 15년 동안 한 번도 떨어트린 적이 없어서 그러지 15년 동안 보조 배터리를 잘 사용을 했다. 그러다가 충전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보조 배터리를 하나 구입했다. 모니터로 볼 땐 안 그런 것 같았는데 크고 무겁지만 성능이 무척 좋아 만족한다. 용량도 기존의 배터리의 두 배나 되는데, 가격은 반값이다. 지금 시대에 15년 전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다는 게 놀랍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일하는 동안 충전을 해야 하는 기기가 많다. 오래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쓸만하고 카드 만한 보조 배터리도 충전 중이고, 새로운 보조 배터리로는 폰을 충전하며 사용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아이패드도 충전 중이며, 조깅할 때 듣는 아이팟 셔플도 충전을 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고 메모를 주로 하는 아이패드 미니도 충전 중이고, 기록하는데 나에게 안성맞춤인 블랙베리 Q5도 충전 중이다. 전기면도기도 매일 충전을 하고, 무선 키보드도 시시때때로 충전을 한다. 매일 이렇게 충전을 하지 않으면 이제 불안하다. 기기들을 충전하느라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 느낌까지 든다. 그나마 스마트워치나 이어 팟이 없어서 다행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습관이 되면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해 나간다. 가까운 카페를 가더라도 충전이 가득해야 마음이 편하다. 어딘가에 앉아서 폰을 들여다보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이런 기기들이 없었을 때는 어땠을까. 예전에는 약속이 있어 누군가 거리에서 기다릴 때 그저 앞을 보며 하염없이 기다렸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다리는 게 일이었다.
사실 그러고 보면 사람을 구경하는 게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폰으로 들여다보는 대부분의 영상이나 사진을 장식하는 것도 사람이다. 타인의 모습이나 생활을 기기를 통해 들여다본다. 직접 눈으로 사람을 보는 것에서 폰으로 타인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바뀐 것뿐이다. 사람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위드 커피숍은 맥주골목 사거리에 위치한 카페였다. 중 2층으로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손님으로 받을 수 있었는데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동쪽과 서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창가에 앉으면 밖을 볼 수 있었다. 도로는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로 맞은편에 대형 오락실이 있어서 그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커피는 서빙을 보는 아르바이트가 갖다 준다. 로컬카페치고 실내가 크고 유니크하다. 화이트 컬러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정장을 갖춰 입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은 것도 인상 깊다. 나는 사람들의 신발을 보는 게 재미있다.
신발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여러 가지 중에 하나다. 신발이 있어야 어디든 갈 수 있다. 모두가 신발을 신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인간이 신발을 신고 있는데 얼굴처럼 같은 신발이 없다.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신발도 유행을 많이 탄다는 것이다. 여기 시내에 있는 카페에서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낮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 그 대부분이 유행에 편승해 있다. 신발이 비슷하지만 다르다. 대체로 운동화를 많이 신고 있으며 잡스가 유행시킨 뉴발 933 이후 바리에이션 운동화를 신고 있다. 또는 그와 비슷한 디자인의 타브랜드 운동화를 신고 있다. 무엇보다 전부 개미발에 워커다. 운동화가 전부 크다. 불편할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큰 운동화가 유행이라 그런지 또 잘 어울린다. 나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지만 유행을 따라가는 건 나쁘지 않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잡스는 참 특이한 사람이다. 잡스가 고집스럽게 신었던 뉴발 993 운동화는 삼십만 원이 넘는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도 없다. 하지원을 비롯한 연예인이 993을 신고 있는 사진을 본 사람들이 또 달려들어 운동화를 구입하면서 가격은 더 올랐다.
뉴발 530도 여전히 인기라서 많이들 신고 다닌다. 역시 고현정, 수지, 안은진 등 연예인이 신으면서 붐이 일어나서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이 현상이 외국에서도 그런지 아니면 우리나라만의 일인지 알 수는 없다. 광고를 하면 그만큼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좀 더 전통시장 쪽으로 가면 신발도 나이를 먹는다. 어머님들 중에는 르무통을 신고 있는 모습도 왕왕 본다. 아마 광고에서 처럼 딸이 사주었지 싶다. 아들은 이런 면에서 좀 멀다. 그리고 인기가 식지 않는 또 하나의 신발은 크록스 바리에이션이다. 겨울에도 크록스의 강세는 여전하다. 카페나 장사하는 사람들은 크록스를 신고 있으며, 학생들은 유행파괴, 계절파괴의 장본인으로 한 겨울에도 슬리퍼나 크록스를 신고 다닌다.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절대 따뜻한 음료는 마시지 않는다.
예전에 충전하는 기기들이 없을 때에도 카페에서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봤다. 현재는 기기를 통해 유튜브 속 사람들을 본다. 이렇게 기기들은 매일 충전을 하는데 나 자신은 어떤지 한 번 돌아본다. 나도 어떻든 충전을 해야 한다. 기기는 충전하는 방법이 딱 정해져 있지만 나의 충전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먹을 것으로 충전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여 그 기쁨으로 충전이 되는지, 운동을 한 시간 이상 해서 충전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충전을 위해서는 기기들처럼 매일 해줘야 한다. 새로운 제품을 매일 구입할 수 없으니 음식과 운동과 잠으로 충전을 하고 있다. 충전은 사람이나 기기나 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