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면서 하늘을 봤는데 하늘에 구름이 금을 그었다. 오전부터 하늘을 한참 보게 만들었다. 구름이 저렇게 존재를 각인하는 건 문학적으로 마음이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닐까.
조깅을 하는데 신고 달릴 운동화를 몇 달 전에 주문했는데, 반값이라 날름 클릭을 했는데 조깅을 할 때 신을 수 없는 운동화였다. 평소에 이렇게 신고 다니는데 평소에 신고 다니기에도 바닥 사정이 너무 뇌까지 전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너무 비싸지 않고 저렴하게 조깅화를 그동안 잘 구매해서 신고 달렸는데 이렇게 실패를 한 것에 대해서 느낌이 이상하다.
나는 매일 삶은 달걀을 두 개씩 먹는다. 그런데 이렇게 안 까지는 계란을 만나면 짜증이 난다. 까면 깔수록 껍질이 들러붙는 게, 나는 고작 이런 걸로 이렇게 분개할까. 깊은 빡침을 느끼고 있으니 김수영 시인의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가 생각났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 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중에서
조깅을 하는데 달이 낮고 붉게 떠 있기에 서서 한 컷 담았다. 아이폰 8이라 이 꼴이라고 하겠다. 눈으로 너무 멋진 모습인데 사진으로 꼴값을 떨고 있다. 덕분에 밤에도 하늘을 바라보며 조깅을 했다.
평소에 달리는 길이 아닌 오래된 동네로 오다가 목욕탕 굴뚝도 한 컷 담았다. 그 옆에 별이 떴는데 멋지게 담고 싶어서 서서 여러 번 찍고 나서 알았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구나. 없는 걸 가지려 하지 말고 있는 것들을 끌어안자.
나는 메모는 대체로 블랙베리로 한다. 자판을 누르는 맛도 있다. 또가닥 하며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그 맛 때문에 블랙베리로 기록을 하고 메모를 한다. 블랙베리는 화면을 밀어 올리면 이렇게 자판에 불어 들어온다. 그런데 어제는 자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블랙베리도 사용한 지가 꽤 오래되었다. 이제 슬슬 맛이 갈 때가 된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깅을 하고 들어와서 보니 다시 자판에 불이 들어온다. 내가 가진 기기들이 전부 오래되었다. 이러다가 전부 한꺼번에 사망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항상 불행은 동시다발이다.
다시 아침이 되어 나오다 보니 집 근처에 겨울의 틈을 벌리고 봄이 피었다.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다. 봄이 오면 노래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