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
어릴 때 혼자 잘 놀고 있으면 칭찬을 들었다. 프라모델을 만들어서 가지고 놀다가 잠이 오면 낮잠이 들었다. 너는 최근 십 년 동안 낮잠을 자지 않았다. 쉬는 날이 없고 매일 가게에 나오니 낮잠 잘 시간이 없다. 가게에서 잠을 잔적은 없다.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지만 대 놓고 잠들지 않았다. 어린 시절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잠드는 건 이제 할 수 없다고 너는 생각한다. 대중목욕탕을 다닐 때에는 목욕을 하고 와서 낮잠이 들었다. 잠의 무게에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몸이 물에 대친 시금치처럼 축축 늘어졌다. 목욕탕에 다녀온 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상쾌하기보다 너무 오래 잠들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다. 눈두정도 아팠다. 몸이 물 먹은 솜 같았다. 너는 육 개월을 몸이 쳐지고 몸이 무거웠던 적이 있었다. 6학년 때 외가에서 물놀이 후 어른들이 삶아주는 소라를 먹었는데 독이 든 부분이 제거되지 않았다. 다행히 많이 먹지 않고 한, 두 마리 정도를 먹었다. 집으로 온 후 너는 머리가 멍하고 몽롱함을 느꼈다. 어머니에게 말했지만 어머니도 잘 알 수 없어서 약국에서 그저 약을 지어서 너에게 먹였다. 너는 약을 먹고 잠이 쏟아지면 내내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도 몸에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처럼 무겁고 움직이는 게 힘들었다. 후에 알고 보니 소라의 독이 빠지는데 육 개월 정도가 걸렸다. 너는 육 개월이나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상태로 매일 보내야 했다. 무지한 탓이었다. 소라의 독이 내장에 있는 것도, 삶고 가열해도 내장에 있는 테트라민이라는 독은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걸 먹으면 두통을 현기증, 구토가 난다는 것도 몰랐다. 너는 너무나 운이 좋게 소라의 독이 천천히 빠져나갔다. 육 개월이 걸렸고, 육 개월 동안 너는 잠만 자고 몽롱한 상태로 지냈지만 결국에는 독이 다 빠져나갔다. 그렇게 인생에 있어서 육 개월이 통으로 날아갔다. 그것도 가장 재미있게 놀아야 할 시기의 육 개월이 말이다.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오면 그렇게 잠에 빠져 들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낮잠을 잔 후에 목욕탕에 다녀왔으면 더 나을 뻔했다. 겨울이지만 오늘은 날이 포근하다. 영상의 기온이라 너는 햇빛을 받으며 좀 걸었다. 걸음걸이에는 평소와 다르게 가벼움이 실려 있다. 너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기시감에 약간 들뜬 상태다. 고작 기시감 따위에 그런 우쭐한 기분이 들다니. 그렇다고 해서 그 기분을 누구에게 너는 표현하지 않는다. 그게 너의 스타일이다. 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어느 정도 다가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너는 생각한다. 원래는 사람들을 허물없이 좋아했는데 이렇게 바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너는 생각한다. 너는 오늘, 어린 시절에도 이런 기분을 한 번 겪었던 느낌이 들었다는 것에 들떴다. 그 느낌이 평소보다 강하게 들었다. 뿌연 햇살이 비치던 이른 봄날의 어느 날, 해가 들어오는 마루에 앉아 공룡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의 느낌을 너는 느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보자. 가지고 놀던 공룡 장난감은 고지라에 나오는 라돈이었다. 장난감은 보잘것없는 단색으로 되었지만 너는 그 장난감을 좋아했다. 너는 작았고 작은 손안에 꼭 들어오는 더 작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을 한 채, 장난감이 손에 있으니 너는 걱정이 없었다. 엄마는 어린 동생을 업고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날이 좋아서 날씨가 사람을 위협하지 않았으며 마당의 큰 개도 햇살을 받으며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대문은 열려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남의 집을 침범하는 일이 없었고 티브이를 틀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잔뜩 나왔다. 오늘 아침 너는 순간이지만 작았던 시절, 손보다 작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아무 걱정이 없었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 느낌은 소멸했다. 너는 그 느낌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어 한다. 그 느낌은 어린 시절을 강하게 떠올리게 하고, 그 속에는 아버지도, 큰 이모도, 친구도 있다. 너의 소중한 사람들이 그 속에서는 기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너는 고개를 들어본다. 보이는 풍경 속에 너 자신이 흩어지는 것을 본다. 발버둥을 친다는 것, 이를 악물고 하루를 견딘다는 의미를 너는 알고 있다. 그래서 너는 어린 시절 그 느낌의 그때를 떠올린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가 여섯 일곱 살 정도 되었을 때다. 너는 그때 장난감 하나면 무척 행복했다. 당시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시던 시절이라 빈 담뱃갑 안에 딱지를 오려 넣어서 가지고 놀곤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