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7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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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프라모델을 그대로 들고 훔쳐 나오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다. 제일 겁이 많았던 네가 프라모델을 들고 주인과 이야기하는 동안 그 형과 친구가 500원짜리 프라모델 안의 내용물과 2,000원짜리 프라모델 내용물을 바꿔 넣어서 500원을 주고 나오는 거였다. 그렇게 하면 비싼 프라모델 구매를 할 수 있었다. 돈을 주고 구입했으니 훔친 건 아니었다. 너는 딱히 밀리터리 덕후는 아니었지만, 그 형과 친구가 주로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가져왔다. 만들어서 세워 놓으니 마당의 한쪽을 가득 채웠다. 어느 날 너와 그 형과 친구는 장난감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래서 마당에 그동안 모은 밀리터리 장난감을 세웠다. 탱크들과 지프차, 군인들과 대전차 같은 것들이 마당 한 편을 채웠다. 어느 날 그 형과 친구는 장난감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래서 모든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마당에 세워 놓고 볼링공을 굴렸다. 그 망가짐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동시에 시원함까지 들었다. 그 형의 이름은 말하지 않도록 하자. 너는 그 형을 좋아했다. 그 형과 너의 공통점은 미술을 잘한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성적이 좋아서 반에서 1, 2등 하던 그 형에 비해 너는 반에서 중간 정도 하는 성적이었다. 그 형은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다.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듯 몽둥이로 엎드려뻗쳐 한 채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렸다. 그 형의 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 형은 성적이 내려가도 맞았다. 아침에는 늘 학교에 같이 갔는데 그 형의 아버지가 형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 후에는 아침에 그 형 집에 들르지 않았다. 그 뒤로 그 집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 형은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떠나고 말았다. 한마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그렇게 매일 붙어 다니며 놀았는데 섭섭함이 들었다. 너는 친구와 헤어지는 것에 대한 감정을 처음 알았다. 너는 제대 후 여자 친구와 함께 시내의 한 술집에 갔을 때 그 형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는 체하지 않았다. 아마 그건 네가 생각하고 있던 형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행색이나 말투에서 예전의 뭐든 다 알고 공부도 잘했던 형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딘가 구걸하는 듯한 모습과 해진 옷에서 네가 말을 걸면 안 될 것 같았다. 네가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너는 화장실에 갔다. 다녀오니 여자 친구가 껌을 만 원에 구매했다. 너는 3학년 때 동네에서 유일하게 장난감을 좋아하는 녀석을 알게 되었다. 통장 집 막내아들로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너보다 두 살 아래인 그 애와 너는 자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어머니는 네가 너보다 나이가 어린애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했다. 동갑은 친구가 아니면 너보다 나이가 많은 형과 어울려야 한다는 거였다. 너는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형과 어울려야 뭐라도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했다. 어머니의 생각은 그랬지만 그 생각이 맞다고 너는 생각할 수 없었다. 통장 집 막내아들은 자신보다 형인 너와 어울리지만 너에게 배울 것이 없다고 너는 생각했다. 또 너와 어울리는 형이라면 너에게 배울 것이 없는데 왜 같이 어울릴까 하는 게 너의 생각이었다. 어머니의 철학에 따르면 그랬다. 너는 어머니의 생각과는 다르게 통장 집 막내아들과 자주 어울렸다. 통장 집 막내아들은 장난감이 너와는 차원이 다르게 많았다. 통장 집은 육남매였다. 그중에 막내였기에 그 녀석은 형과 누나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장난감도 사달라는 데로 사주었다. 우리는 어린이답게 입으로 퓨웅 같은 소리를 내며 놀았다. 놀다 보면 시간이 가느니 모르고 노는 경우가 많았다. 날이 저물어 저녁시간이 되어서 노을이 새의 꽁지를 따라 사라질 때 아쉬워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너는 장난감만 있으면 행복했고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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