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문득 돌아보니 요즘 로컬 카페가 많아졌다. 한동안 프랜차이즈와 저렴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가득하더니 어느 날부터 로컬 카페가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 시내 한 블록은 로켈 카페가 죽 붙어 있다. 로컬 카페의 장단점은 음료 가격이다. 프랜차이즈보다 비싼 곳도 있고 저렴한 곳도 있다. 곁들어 파는 디저트 빵이나 조각 케이크도 훨씬 비싼 곳도 있고 저렴한 곳이 있다.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기 전에 시내는 전부 로컬카페였다. 그때는 카페보다는 커피숍으로 불렸다. 커피숍은 개성이 강했다. 주인의 숨결이 강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게 중에는 순전히 주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실내를 꾸미기도 했지만 대부분 인테리어 회사를 통해서 실내를 꾸몄다. 그 덕에 건축회사보다 인테리어회사가 많이 보였다. 인테리어 학원도 성행했다. 커피숍 이름도 요즘 같지 않게 직관적이었다.
우리에게 인기 많았던 시내의 커피숍은 [블랙박스]였다. 블랙박스는 창문이 없다. 들어가면 온통 어둡고 뿌옇다. 좋은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있다. 벽면이나 천장도 검은색이며 다운 라이트에서 작은 빛이 나오고 조명이 필요한 부분만 비치고 있어서 테이블에 앉으면 예뻐 보였다. 그래서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학생들이라고 해서 모든 학생이 들어간 것은 아니고 각 학교에서 잘 나가는 일진 애들이 주로 손님이었다. 주인도 그것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애들이 음료를 마시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 한 번 자리에 앉으면 두세 시간 있었는데 음료를 여러 번 주문해서 마셨다. 마실 때마다 돈을 내고 말이다. 시내 안쪽으로 들어오면 2, 30대가 좋아하는 인테리어로 내장을 마감한 커피숍들이 많았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숍이었지만 전부 사람이 가득했다. 특히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서 돌아다녀야 할 정도였다. 요즘처럼 조용하게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모두가 약속 장소로 커피숍으로 왔고 북적였다. 그게 나쁘지 않았다. 사람 구경을 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었으니까. 지금은 카페로 가서 폰을 본다.
그때는 커피숍에 가서 창밖의 사람을 본다. 다르지만 똑같다.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폰 속의 사람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사람을 본다. 동물이나 물건을 본다고 하지만 동물을 데리고 있는 사람, 물건을 언박싱하는 사람이 있다. 영화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사람이다. 동물이나 건축이 주인공인 경우도 있다.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가 그렇다. 그래서 사람이 나오는 영화보다는 인기가 없다. 커피숍에 학생들이 가면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시내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학생들이 두 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재주문을 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는 여자 후배들이 놀러 오면 3층의 구석으로 보냈다. 거기서는 마음껏 있을 수 있었다. 파르페도 마구 만들어서 올려 주었다. 물론 내가 만들 수는 없다. 주방장 형이 만들어서 갖다 주라고 인심을 쓴다. 그래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방장과 사장과 친밀도를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자주 갔던 커피숍은 정류장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베스트셀러 극장 같은 곳에 나올 법한 커피숍으로 지하였다.
모든 테이블에 파티션이 있어서 독립적인 느낌이 드는 커피숍이다. 따뜻한 느낌이 나는 노란색의 벽돌로 마감되어 있고 조명도 노란빛이 돌았다. 앉으면 일어나기 싫은 그런 커피숍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불이 나면 전부 꼼짝없이 질식해서 죽거나 타 죽기 딱 좋은 장소였지만 그때는 그저 구석으로 들어가서 앉아 있었다. 테이블을 넓게 사용하려고 통로가 좁았다. 그 사이를 아르바이트생은 잘도 누비며 서빙을 했다. 커피숍에서는 전부 음료를 서빙해 주었다. 굉장히 큰 커피숍도 있었는데 단연 인기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맥주골목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커피숍으로 2층이었다. 그래서 주말에는 그 밑에서도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기 때문에 예약을 못 하거나 자리가 없으면 일단 약속을 거기서 한 다음에 밑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커피숍 이름은 [위드]로 인기 있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아르바이트하는 직원이 예쁘고 잘 생긴 사람만 뽑았다. 아르바이트하는 직원이 주말에는 여섯 명이나 되었는데 모두 키도 크고 날씬하고 예쁘고 잘 생겼다. 그래서 아르바이트생을 보기 위해서라도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쪽지가 오고 가고, 웃고 즐기고 설렘이 가득한 곳이었다. 얼마 전에 약속이 있어서 투썸플레이스를 갔더니 넓은 카페 안에서 홀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가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소리가 높아지니 눈치를 줘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했다. 커피숍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노랫소리도 들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기 때문이다. 소음이긴 한데 백색소음 같은 거였다. 그게 싫지 않았다. 조용한데 한 두 명이 시끄럽게 하면 거슬리지만 모두가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으면 그 소리들이 소음보다는 소리로 전해진다. 위드 커피숍은 동쪽과 서쪽이 전부 통유리였다. 그래서 창가에 앉으면 밑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다.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같은 얼굴이 없는 것처럼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래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하면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한때 롱패딩이 유행했던 걸 생각하면 옛날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두가 전부 약속이나 한 듯이 롱패딩을 입고 시내를 걸어가는데 뒤에서 보니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럴 일이 드물었다. 유행은 있었지만 디자인 만은 다 다르게 입었다. 나는 요즘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보는 경향이 있다.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요즘 시내에 나오는 젊은 층 신발의 유행은 뉴발 993, 530 같은 베리에이션이다. 그런 걸 보면 스티브 잡스는 참 특이한 사람이다. 지금이야 너무 멋지게 보이지만 당시에는 이상한 운동화였다. 나에게는 조깅용으로 있던 운동화가 어디에 내놓기도 좀 그런 운동화였다. 그랬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그 비슷한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뿐만 아니라 아식스에서도 그런 디자인 운동화를 내놓게 되었고 유행을 시켰다. 일단 연예인들이 신고 인스타그램에 한 번 사진을 올리고 나면 유행이 된다. 특히 잡스의 933 운동화는 30만 원이 넘고 한국에서는 잘 구매할 수도 없다. 하지원이나 김연아가 신어서 더 유행이 되었다. 이 운동화를 좋아하는 연령층이 있다. 시내에 주로 나오는 10대부터 30대. 시내를 좀 벗어나 전통시장 근처로 가보면 어머니들이 르무통을 신고 다니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광고 때문에 자식이 어머니에게 선물을 해 준 모양이다.
아들은 이런 면에서 소극적이라 대체로 딸들이 르무통을 구입해서 어머니에게 선물로 줬을 것이다. 한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역시 딸이 사줬다고 했다. 근데 이게 편한지는 잘 모르겠어. 그냥 딸이 사줘서 신고 다니는 거야.라고 했다. 그럼 우리는 커피숍에 가서 뭘 마셨을까. 요즘도 학생들은 카페에 가서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예전 커피숍에서는 사이다도 팔고, 우유도 데워서 팔았다. 그렇다고 우유를 마시지는 않았다.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우리는 뭘 마셨기에 그렇게 주야장천 커피숍으로 갔을까. 캐러멜 마키아토, 프라푸치노 같은 음료는 없었다. 그렇다고 돈이 남아 돌아서 비싼 음료를 마실 수도 없었다. 사이다는 한 잔 마시고 나면 한 잔 더 리필이 되었다. 모든 커피숍에서 그러지는 않았다. 나는 두 군데 커피숍과 한 군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군데는 손님이 많아서 항상 바쁘고 힘들었지만 제일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없어서 일이 별로 없으면 재미까지 없었다. 일했던 카페는 주인이 돈이 많아서 재미로 부업 삼아하는 카페로 분위기도 좋고 음악도 좋은데 손님은 아는 사람이 올뿐이었다. 그래서 매일 밥은 스테이크 같은 것으로 잘 주었다.
하지만 너무 재미없고 심심해서 두 달 하고 관두었다. 위드 커피숍에 앉아 있으면 자주 재떨이를 갈아 주었다. 아르바이트하는 예쁜 직원이 재떨이가 좀 찼다 싶으면 와서 재떨이를 갈았다. 내가 아르바이트할 때에도 재떨이 가는 게 중요했다. 테이블 위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 재떨이기 때문에 항상 홀을 주시해야 했다. 위드 커피숍 밑 1층은 오락실이었다. 오락실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었다.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약속할 때 백화점 앞이나 전화국 앞이 아닌 언제나 오락실에서다. 물론 친구들끼리만 약속 장소가 거기였다. 우리가 오락실에서 자주 만났던 이유는 주크박스 때문이었다. 오락실에 들어가는 문은 두 군데, 한 군데 앞에 주크박스가 있었다. 동전을 밀어 넣고 선곡을 하면 로봇 팔이 지이이잉 움직여 시디를 집어서 노래를 틀어준다. 공연장에서 듣는 것만큼 크게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오락실에서 나오는 소리까지 다 집어삼켰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꽤 있었다. 록음악은 없었지만 머라이어 캐리나 셀린 디온, 에어 서플라이 등 팝이 많았다. 약속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다. 늦게 와도 오락을 하고 있으면 그만이다. 오락실에서 인기가 많은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였다. 그 게임기가 가장 많았고 건너편 상대와 맞짱 뜰 수 있었다.
나는 스트리트 파이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나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한 소리 들었다. 이소룡보다 성룡이 좋은데 대 놓고 말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스트리트 파이터가 나는 재미없어,라고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은 헥사와 1984였다. 헥사는 동전 한 번 밀어 넣으면 두 시간 가까이할 수 있었다. 돈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리고 1984는 하고 있으면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1984를 할 때에 나는 폭탄을 쓰지 않는다. 화면 미사일이 가득해도 그 사이를 피해 가는 모습을 보러 사람들이 몰린다. 화면 가득한 미사일 사이로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서 적 비행기를 터트리는 장면은 가히 멋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1984를 끊어버리게 된 계기가 있었다. 1984는 2인용이다. 근데 한 사람이 2인용을 하는 거였다. 한 손으로 조작을 하면서 미사일까지 쐈다. 왼손과 어른손이 따로 막 움직였다. 연습을 하니 왼손은 어찌 한 손으로 조작을 하겠지만 오른손은 무리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양손을 마치 두 사람이 하듯 오락을 했다. 그 사람이 오락실에 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팬들까지 생겨났다. 그 뒤로 나는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되었다. 오락실도 만남의 장소였고 주크박스로 음악을 들으며 오락실을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 오락실이 아직도 시내에서 오락실을 하고 있다. 오락기기들은 전부 요즘의 것들로 바뀌었지만 아직 오락실이다. 이름도 바뀌고 옛날 오락기기들은 없지만 어떻든 오락실이 아직도 있다. 나는 늘 그 앞을 지나친다. 물론 오락을 하는 사람은 적다. 시내에는 오락 외에도 가챠폰이나 뽑기가 잘 되어 있어서 사람들은 그걸 한다. 뽑기 매장이 한 집 건너 한 집 정도로 많다. 그나저나 이름이 가챠폰이 생소했는데 어느덧 익숙해졌다. 그렇게 흘러간다. 뉴발 933이 처음에는 뭐야? 했지만 지금은 가장 신고 싶은 운동화가 되었다. 흐름이란 모든 걸 바꿔 놓기도 하고, 다시 되돌려 놓기도 한다. 로컬 카페가 다시 유행을 하고 있다. 골목 곳곳에 예쁘고 맛있는 로컬카페가 있다. 가격은 보장 못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