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번역가
30여 년 전 일본 시인이 우리글로 시집을 냈다. 이름은 사이토 마리코. 그녀의 시는 어쭙잖게 어려운 말만 골라 쓰는 이 나라 시인의 시보다 훨씬 한국적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꽃은 속삭이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꽃은 외친다]
라고 이 땅의 시위 풍경을 이렇게 표현했고,
윤동주 시를 보고 이렇게 얘길 했다.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나이를 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잊은 채로 당신의 나라에 와버렸고
잊은 채로 당신의 학교에까지 와버렸습니다]
우리가 우리글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요즘,
일본인이 우리 글로 한국적 정서의 글을 썼다는 건
어쩐지 좀 등이 가렵지 않습니까?라고
30여 년 전 정은임 아나운서가 말했다.
사이토 마리코,
그녀는 번역가이기도 해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로
요미우리문학상 번역 부분 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글이 온통 파괴되고 있는 요즘,
사이토 마리코의 [서울]이라는 시를 보자.
[사람이 어깨만이 돼서 거리에 넘친다
버스 기사님이 어깨만이 돼서 우리를 싣고 달린다
연인들이 어깨만이 돼서 타박타박 걸어간다
이 거리는 어깨만으로 남아 서 있다
사람들이 어깨만이 돼서 부딪쳐 간다
버스 기사님이 어깨만이 돼서 우리를 버리려 달려간다
연인들이 어깨만이 돼서 넘어져 간다
이 거리는 어깨만 남아 짖는다
어깨너머 잊힌 달이 헐떡거린다
이 어깨에는 그림자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