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15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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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어머니의 생각은 그랬지만 그 생각이 맞았다고 너는 생각할 수 없었다. 통장 집 막내아들은 자신보다 형인 너와 어울리지만 너에게 배울 것이 없다고 너는 생각했다. 또 너와 어울리는 형이라면 너에게 배울 것이 없는데 왜 같이 어울릴까 하는 게 너의 생각이었다. 어머니의 철학에 따르면 그랬다. 너는 어머니의 생각과는 다르게 통장 집 막내아들과 자주 어울렸다. 통장 집 막내아들은 장난감이 너와는 차원이 다르게 많았다. 통장 집은 남매였다. 그중의 막내였기에 그 녀석은 형과 누나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장난감도 사달라는 데로 사주었다. 우리는 어린이답게 입으로 퓨웅 같은 소리를 내며 놀았다. 놀다 보면 시간이 가느니 모르고 노는 경우가 많았다. 날이 저물어 저녁 시간이 되어서 노을이 새의 꽁지를 따라 사라질 때 아쉬워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너는 장난감만 있으면 행복했고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였다. 어릴 때 혼자 잘 놀고 있으면 칭찬을 들었다. 프라모델을 만들어서 가지고 놀다가 잠이 오면 낮잠이 들었다. 너는 최근 십 년 동안 낮잠을 자지 않았다. 쉬는 날이 없고 매일 가게에 나오니 낮잠 잘 시간이 없다. 가게에서 잠을 잔 적은 없다.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지만 대 놓고 잠들지 않았다. 어린 시절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잠드는 건 이제 할 수 없다고 너는 생각한다. 대중목욕탕에 다닐 때는 목욕을 하고 와서 낮잠이 들었다. 잠의 무게에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몸이 물에 데친 시금치처럼 축축 늘어졌다. 목욕탕에 다녀온 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상쾌하기보다 너무 오래 잠들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다. 눈두덩도 아팠다. 몸이 물먹은 솜 같았다. 너는 육 개월을 몸이 쳐지고 몸이 무거웠던 적이 있었다. 6학년 때 외가에서 물놀이 후 어른들이 삶아주는 소라를 먹었는데 독이 든 부분이 제거되지 않았다. 다행히 많이 먹지 않고 한, 두 마리 정도를 먹었다. 집으로 온 후 너는 머리가 멍하고 몽롱함을 느꼈다. 어머니에게 말했지만, 어머니도 잘 알 수 없어서 약국에서 그저 약을 지어서 너에게 먹였다. 너는 약을 먹고 잠이 쏟아지면 내내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도 몸에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처럼 무겁고 움직이는 게 힘들었다. 후에 알고 보니 소라의 독이 빠지는데 육 개월 정도가 걸렸다. 너는 육 개월이나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상태로 메일 보내야 했다. 무지한 탓이었다. 소라의 독이 내장에 있는 것도, 삶고 가열해도 내장에 있는 테트라민이라는 독은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걸 먹으면 두통을 현기증, 구토가 난다는 것도 몰랐다. 너는 너무나 운이 좋게 소라의 독이 천천히 빠져나갔다. 육 개월이 걸렸고, 육 개월 동안 너는 잠만 자고 몽롱한 상태로 지냈지만 결국에는 독이 다 빠져나갔다. 그렇게 인생에 있어서 육 개월이 통으로 날아갔다. 그것도 가장 재미있게 놀아야 할 시기의 육 개월이 말이다. 대중목욕탕에서 목욕하고 집으로 오면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낮잠을 잔 후 목욕탕에 다녀왔으면 더 나을 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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