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4.
프라모델을 그대로 들고 훔쳐 나오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다. 제일 겁이 많았던 네가 프라모델을 들고 주인과 이야기하는 동안 그 형과 친구가 500원짜리 프라모델 안의 내용물과 2,000원짜리 프라모델 내용물을 바꿔 넣어서 500원을 주고 나오는 거였다. 그렇게 하면 비싼 프라모델 구매를 할 수 있었다. 돈을 주고 사들였으니 훔친 건 아니었다. 너는 딱히 밀리터리 덕후는 아니었지만, 그 형과 친구가 주로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가져왔다. 만들어서 세워 놓으니 마당의 한쪽을 가득 채웠다. 어느 날 너와 그 형과 친구는 장난감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래서 마당에 그동안 모은 밀리터리 장난감을 세웠다. 탱크들과 지프차, 군인들과 대전차 같은 것들이 마당 한 편을 채웠다. 어느 날 그 형과 친구는 장난감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래서 모든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마당에 세워 놓고 볼링공을 굴렸다. 그 망가짐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동시에 시원함까지 들었다. 그 형의 이름은 말하지 않도록 하자. 너는 그 형을 좋아했다. 그 형과 너의 공통점은 미술을 잘한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성적이 좋아서 반에서 1, 2등 하던 그 형에 비해 너는 반에서 중간 정도 하는 성적이었다. 그 형은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다.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듯 몽둥이로 엎드려뻗쳐 한 채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렸다. 그 형의 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 형은 성적이 내려가도 맞았다. 아침에는 늘 학교에 같이 갔는데 그 형의 아버지가 형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 후에는 아침에 그 형 집에 들르지 않았다. 그 뒤로 그 집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 형은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떠나고 말았다. 한마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그렇게 매일 붙어 다니며 놀았는데 섭섭함이 들었다. 너는 친구와 헤어지는 것에 대한 감정을 처음 알았다. 너는 제대 후 여자 친구와 함께 시내의 한 술집에 갔을 때 그 형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는 체하지 않았다. 아마 그건 네가 생각하고 있던 형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행색이나 말투에서 예전의 뭐든 다 알고 공부도 잘했던 형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딘가 구걸하는 듯한 모습과 해진 옷에서 네가 말을 걸면 안 될 것 같았다. 네가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너는 화장실에 갔다. 다녀오니 여자 친구가 껌을 만 원에 구매했다. 너는 3학년 때 동네에서 유일하게 장난감을 좋아하는 녀석을 알게 되었다. 통장 집 막내아들로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너보다 두 살 아래인 그 애와 너는 자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어머니는 네가 너보다 나이가 어린애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했다. 동갑은 친구가 아니면 너보다 나이가 많은 형과 어울려야 한다는 거였다. 너는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형과 어울려야 뭐라도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