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8.
아버지가 생애 최초 두발자전거를 사주었을 때 너는 매일 타고 다녔다. 그 자전거가 새것이 아니고 중고 물품이었지만 너에게는 세상 부러운 것 없는 자전거였다. 동네에는 바보형이라 불리는 사내가 있었다. 너보다 네 살 정도 많은데 날 때부터 정신적으로 그렇게 태어났다. 동네에서는 바보형이라 불렀지만 보는 앞에서 놀리거나 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바보형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자신보다 힘이 약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폭행을 일삼았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너의 앞에 바보형이 섰다. 바보형의 덩치는 너보다 세 배는 컸다. 바보형은 너의 자전거 손잡이를 맞은편에서 잡고 마구 흔들고 자전거를 빼앗으려고 했다. 너는 겁에 질려 울면서도 자전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때 아버지가 퇴근하고 오다가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버지가 큰 소리로 다가가니 바보형이 도망을 갔다. 너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아버지는 참을 수 없어서 바보형을 따라갔다. 바보형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 집의 부모에게 말을 해야겠다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보형이 아버지에게 삽자루를 던졌다. 삽은 그대로 날아가서 아버지의 몸에 맞고 떨어졌다. 너는 무서웠다.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뒤로 바보형이 동네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은 사라졌다. 삽을 던진 것 때문에 소란이 일어났고 다른 아이들 부모까지 와서 바보형의 폭행에 대해서 눈 감는 그 집 부모에게 따져 들었다. 통장까지 오게 되었고 이 일은 동네 차원에서 지적이 들어갔다. 바보형의 부모는 바보형이 동네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그런 일을 벌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부모는 맞벌이였고 늘 혼자 집에서 보내는 바보형이 부모에게는 그저 착한 아들이었는데 언제 그렇게 변했는지 잘 몰랐다. 부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삽을 던진 아버지에게도 고개 숙여 사과했다. 미안하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뒷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 가족은 가족을 모른다. 가족이라 가족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너 역시 아버지를 너무 몰랐고 너의 아버지도 너를 몰랐다. 너는 아버지의 짧은 인생을 생각하면 딱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너 역시 물을 빨아들인 솜처럼 아버지의 인생을 답습하는 꿈을 자주 꾼다. 겨울밤 전기장판의 따뜻함을 느끼며 추웠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무서운 면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너와 동생에게만은 늘 다정했다. 너와 동생이 자라고 나서 아버지는 그 다정함을 강아지에게 쏟아부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