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17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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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토요일에 가족 전부 토요 명화를 보며 잠이 드는 재미는 고작 몇 년 이어질 뿐이었다. 너는 어린이 때 토요 명화가 딱히 재미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는 내내 아버지는 설명해준다. 아버지가 설명해주면 너와 동생 그리고 엄마도 전부 귀를 열고 들었다. 가족 모두가 모르는 걸 전부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러면 재미없고 모를 것 같은 영화가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모르는 게 없는 천재 같았다. 너와 동생이 묻는 말에 아버지는 막힘없이 해주었다. 아버지는 영화를 좋아했다. 찰톤 훼스톤과 찰슨 브론슨, 숀 코너리의 영화를 좋아했다. 엄마 역시 학창 시절에 극장으로 가서 그레고리 펙의 영화를 보곤 했다. 아버지는 가끔 너를 데리고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러나 너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아버지 당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보러 너를 데리고 갔다. 중간에 영화 예고편을 했는데 그 예고편이 만화였다. 너는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너는 아버지에게 보채지 않았다. 그냥 아버지와 함께 극장에 가는 게 신나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너를 데리고 집으로 오면서 곰장어 집에 들러 소금구이 2인분과 음료수와 밥을 주문했다. 아버지가 늘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곰장어 집을 택한 건 권투를 보기 위함이었다. 권투를 좋아하던 너의 아버지는 집에서는 어머니에게 한 소리 듣기 때문에 너를 데리고 밥을 먹고 간다는 핑계로 곰장어 집을 택했다. 곰장어를 구워 너의 입에 넣어 주면서 음료수를 마시는 아버지 역시 성장한 모습이었다. 술이 아닌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곰장어는 먹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권투를 보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쪽으로 머리를 잘 굴렸다. 너는 근래에 아버지 생각에 그 곰장어 집을 다시 한번 방문했다. 오래된 집이지만 그대로 있었다. 너는 어릴 때 그렇게 접한 곰장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후후 불어주는 곰장어의 맛을 알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버지는 가족을 대동해서 곰장어를 구워 먹으러 다녔다. 동네의 다른 집 아버지들과는 달랐다. 외식은 돈이 들기에 가난한 동네에서는 대부분 꺼렸다. 가족외식이라고 해봐야 벌 거 없지만 옷을 갖춰 입고 곰장어 집으로, 통닭 골목의 통닭집으로 가기도 했다. 통닭 한 마리는 네 식구가 먹기에도 크고 맛있었다. 아버지 회사 근처 고급 중국 집에서 요리를 먹기도 했지만, 너와 동생은 짜장면이 더 좋았다. 패맬리식당에서 돈가스를 먹기도 했다. 시내 후미에 있던 잘하는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기도 했다. 아버지는 너와 동생을 위해 한 달에 두 번 나오는, 만들어 먹는 햄버거를 집으로 들고 왔다. 군대리아 같은 햄버거다. 미국식 햄이 있고 요즘 군대리아 빵보다 빵이 훨씬 크고 말랑말랑했다. 만들어 먹는 그 햄버거는 아버지의 점심 식사였다. 들어가는 재료가 따로 있어서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다. 너의 아버지는 점심으로 나온 그 크고 만들어 먹는 햄버거를 네가 좋아하는 걸 안다. 아버지가 햄버거를 들고 오는 날이면 너는 아버지를 평소보다 더 기다렸다. 그 햄버거가 밖에서 파는 햄버거보다 맛은 덜했지만 너는 더 맛있게 먹었다. 너와 동생은 세사에서 제일 맛있는 햄버거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점심을 먹지 않고 햄버거를 들고 온 걸 후회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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