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19

소설

by 교관
g554rr.jpg


19.


아버지를 챙기기 위해 생신을 맞이한 날 호텔 식사를 예약하고 식사하는 와중에 너의 아버지는 집에 혼자 있는 강아지가 걱정된다며 일어나서 그대로 집으로 가버렸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강아지 이름을 부르다 돌아가셨다. 너는 언젠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글로 옮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줄어들고 있다. 그건 여러모로 보아 슬픈 일이다. 너는 일단 기억나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자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너와 동생에게 뭘 해 먹이는 것도 좋아했다. 마당이 넓은 집에 살 때 아버지는 전기 프라이팬을 사 오셨다. 고기를 구우면 연기가 프라이팬 사이로 빠져나가는 신기술을 장착했다. 덕분에 매주 토요일은 삼겹살 파티였다. 너는 토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친구들과 토요일에 놀기 위함도 있지만 아버지와 목욕탕에 갔다가 집으로 다 같이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기 때문이었다. 부엌에서 반찬을 전부 해서 상 위에 오른 밥을 먹는 것보다 고기를 다 같이 구워가면서 밥을 먹는 것이 너는 좋았다. 엄마 역시 편했다. 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전부 만들 필요가 없었다. 고기를 구워 먹으면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다. 지금의 너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기억 속에 가득했다. 기억 속에는 아직 살아있는 아버지와 함께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너와 동생을 위해 토요일에 삼겹살을 구웠다. 그렇게 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삼겹살을 매주 먹다 보니 너와 동생은 한동안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볼살을 바늘로 찌르면 툭 터져 과즙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때쯤 너의 어머니는 식빵에 계란물을 입혀 구워 주었다. 그 맛 역시 아주 맛있었다. 밥을 안칠 때 식빵을 같이 안쳐 뜨거운 식빵에 설탕을 쏠쏠 뿌려 주기도 했다. 그렇게 먹은 덕분에 너와 동생은 옷들이 전부 작아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여름이면 일요일마다 이른 오전에, 아직 너와 동생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전통시장으로 가서 멍게를 사 오셨다. 너의 아버지는 마당의 수돗가에 앉아서 멍게를 직접 다듬었다. 등에는 땀이 났고 하얀 속옷이 땀으로 색이 변했다. 여름의 아침 햇살은 상쾌했다. 너의 집 마당에는 등나무도 있고 무화과나무도 있었다. 화단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 시절의 여름 아침이 그러했는지 상쾌했음이라고 너는 기억한다. 이른 아침상에는 아버지의 땀과 바꾼 멍게가 올랐다. 너는 멍게의 간간한 맛을 그때부터 알게 되었다. 덕분에 너는 횟감 중에서 멍게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멍게와 미나리와 약간의 간장만 있으면 맛있는 멍게비빔밥이 된다는 걸 너는 알고 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너의 이야기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