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1.
외할머니가 집으로 오신다면 너는 할머니가 오시기 전부터 즐거웠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일일까. 너는 할머니의 냄새를 좋아했다. 평소에 맡지 못하는 소나무 향 같은 냄새가 할머니에게 났다. 너는 그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잊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노력하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6학년 겨울 방학에 너는 할머니를 따라 서울을 죽 돌곤 했다. 외가, 친가 대부분 서울에 있었다. 그래서 서울에 가면 놀기가 좋았다. 너는 대학교 시절 어쩌다가 백남준의 예술에 마음을 빼앗긴 후 여름방학, 겨울 방학이면 서울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에 가서 며칠씩 둘러보곤 했다. 그땐 친구가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서 관람하고 싶은 미술관과 아트센터를 둘러보고 저녁이면 친구를 도와주고 사장님에게 얻은 고기와 순대로 새벽까지 놀이터에 앉아서 술과 함께 지새웠다. 잠은 혜화동 대학병원 대기실에서 잠이 들었다. 1호선을 타고 수원에서 인천까지 가기도 했으며, 서울예대 다니는 친구와 함께 이른 아침에 지옥철을 경험하기도 했다. 일 년에 두 번씩 상경하다 보니 지하철 타는 것도 헤매지 않았다. 그 계기가 된 것이 6학년 때부터 할머니가 방학에 나를 데리고 서울에 있는 친척 집을 돌고 나서였다. 외할머니를 따라 서울에 갔을 때 며칠 있는 동안 뭘 잘못 드셨는지, 무엇 때문인지 할머니는 혀가 말라서 갈라졌다. 혀가 한여름의 논두렁 같았다. 할머니는 당장 서울을 떠나 우리 집으로 나를 데리고 내려왔다. 서울역에서 할머니는 사람들 틈에서 너의 손을 놓칠세라 꽉 잡아서 아프기까지 했다. 집에 와서야 몸져누우셨고 어머니가 병원에 모시고 다녀온 후 약국에서 약을 사 와서 먹이고 며칠 간호를 했다. 서울의 외가 친척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너는 알지 못한다. 다만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외할머니는 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외가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마당이 큰 집에서 살 때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들을 낳았다. 다섯 마리를 낳았는데 유독 한 마리가 비실비실했다. 젖도 빨지 못하고 어딘가 이상했다.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외할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외가가 있는 불영계곡에서 그날 바로 집으로 오셨다. 그리고 비실비실한 새끼 강아지를 안고 다시 외가로 가셨다. 고등학교 1학년 12월 24일 겨울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너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외가를 찾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