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22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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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외가에 갔을 때 온몸이 새하얀 강아지가 너희들을 먼저 반겼다. 외할머니는 강아지를 데리고 간 그날부터 할머니 자신 젖을 물리고 아랫목에서 정성껏 돌보았다. 마을에 하나 있는 동물병원에서 약도 타서 먹이고 자식처럼 키웠다. 자식은 키워 놓으면 떠나가지만, 강아지는 키울수록 사람 곁에 더 있으려 했다. 기적처럼 강아지는 기력을 찾고 할머니 젖을 빨면서 밥을 먹고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눈이 내린 것처럼 털이 전부 하얗다고 설희라는 이름을 할머니가 지어줬다. 너희들이 외가에 갔을 때도 눈발이 날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브다. 설희와 함께 겨울의 계곡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너희는 외가의 동네 여학생들과 교회에서 같이 캐럴을 부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보냈다. 동네의 여학생들은 전부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전혀 촌스럽지 않았고 말투도 표준말이었다. 외가가 있는 동네에는 초등학교만 두 군데 있을 뿐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여자애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그 추운데 개울에 들어갔다. 모두가 말렸지만, 그 녀석은 괜찮다며 고향에서는 겨울에도 늘 이렇게 헤엄을 찬다고 했다. 그리고 풍덩 들어간 것이다. 그 녀석의 집은 울릉도였다. 그러나 그날 밤 그 녀석은 몸살에 걸려 몸져눕고 말았다. 그 때문에 크리스마스인 그다음 날에도 어디 가지 못하고 너는 꼼짝없이 그 녀석 간호를 해야 했다. 불영계곡 더 안쪽은 겨울이면 눈이 많이 왔다. 한 번 오면 1미터 가까이 쌓였다. 설희는 신나는지 눈밭을 뛰어다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다음 해 설희도 할머니를 친 트럭과 같은 트럭에 부딪혀 죽고 말았다. 품에 안았던 생명, 네가 안겼던 품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너는 그때의 그 더럽고 나쁜 기분을 알고 있다. 과연 몇 번의 밤을 맞이할까. 하고 너는 생각한다. 학창 시절 여름이 되면 여름휴가를 외가로 갔다. 외가에 가면 외가 친척들이 전부 모였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 속에 너의 가속도 있었다. 친척들이 많아서 너의 가족이래 봐야 티도 나지 않지만, 구성원으로 그 속에 있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너는 다섯 살에 집에서 떨어져 외가에서 1, 2년 정도 지냈다. 어머니와 떨어져 외가에서 보내게 되었다. 집은 가난했고 동생도 태어났고 아버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자식이 없는 큰이모의 손에 너는 맡겨져 외가로 왔다. 매일 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었다. 빼빼 마른 몸으로 외가가 있는 동네의 아이들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늘 따돌림을 받았다. 동네 아이들에게 속아서 돼지우리에 들어가 돼지사료에 톱밥을 뿌려서 먹이는 일을 저질렀다. 발칵 뒤집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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