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23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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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동네 아이들은 일이 생각보다 커져 전부 도망가고 너는 어른들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그때 외할머니가 너의 안전한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외가에 있는 동안 외할머니와 큰이모가 엄마를 대신했다. 너는 외할머니의 품을 안다. 지금은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 그 품을 잊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악착같이 기록하며 기억하려고 했다. 너의 큰 이모 역시 가족이 없었다. 결혼하자마자 큰이모부가 아파서 돌아가시고 자식도 없이 재혼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지내게 되었다. 너의 큰 이모는 영주에서 한약방을 했다. 너는 외가에서 2년 정도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 큰 이모가 있는 영주에서도 지내게 되었다. 불영계곡이 있는 통고산을 넘어가면 봉화가 나오고 좀 더 가면 영주였다. 너는 그 길을 안다. 버스를 타고 하염없이 가던 그 길을. 그 길은 마치 어렸던 너를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만 같았다. 너는 한약방 한구석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한약재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는 큰이모와 연결이 되는 연료다. 지금도 어디선가 한약재 냄새를 맡으면 큰이모가 떠오른다. 큰이모의 한약방에서 혼자서 놀다가 지쳐 잠이 들면 큰이모가 안아서 방에 눕히곤 했다. 너는 어느 날 밖에서 놀다가 시동이 켜진 채 서 있는 오토바이 연통에 무릎이 닿아 피부가 타들어 갔다. 그 부분이 흉터가 되어 있다. 흉터를 볼 때마다 너는 상처보다는 큰이모와 함께 보낸 시간을 생각한다. 그때 큰이모가 너에게 사준 미니카를 너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큰이모는 코로나가 시작할 무렵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가족이 없기에 너와 어머니, 그리고 너의 사촌 누나 가족이 장례식을 치렀다. 막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포항에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돌았다. 포항에서 집단으로 감염자가 속출했다는 보도 때문에 장례식장도 조용하고 조문객도 없었다. 사람이 모이면 안 되고 감염이 되면 격리되어야 했다. 그야말로 조촐한 죽음의 의식을 치렀다. 덕분인지 그때 모인 친척 몇 명이 큰이모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할 수 있었던 것을 너는 안다. 이웃보다 먼 관계의 친척이 큰이모 덕분에 밤새도록 못 나눴던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시간이었다. 장례식장에 한 집이 더 있었는데 거기도 적요한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너는 마음속으로 그 집에 기운 내리고 건넸다. 너는 벌이하고부터 매달 오만 원씩 큰이모에게 용돈으로 보냈다. 매달 5일이면 용돈을 보냈는데 깜빡하고 보내지 않으면 큰이모에게 연락이 와서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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