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24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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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깜빡 잊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너는 용돈을 보냈다. 용돈을 보내면 그 돈으로 큰 이모는 문어, 버섯 같은 울진 근교의 좋은 식품을 보내왔다. 용돈으로 사용하라고 해도 큰이모는 막무가내였다. 김치 재료를 왕창 구입해서 김치를 담가 집으로 보내주었다. 큰이모의 김치는 어머니의 솜씨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너는 생각했다. 깊이 있는 맛이 김치에서 났다. 명절이 되면 십만 원을 너는 큰이모에게 보냈다. 그렇게 몇 년 흐른 후 큰 이모는 병원에 입원하고 얼마 뒤 눈을 감고 말았다. 장례가 끝나고 큰이모 집을 정리하는데 우체국 통장이 나왔다. 카운터를 해 보니 네가 보낸 용돈을 한 번도 꺼내 사용하지 않았다. 매달 5일 카운터 하고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는 그 재미로 지냈다. 통장을 확인했을 때 너의 마음은 아팠다. 통장은 매달 5일에 카운터가 되어 있었다. 큰이모는 그렇게 몸이 아프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통장을 품에 안고 한복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고통을 참아냈다. 너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제 아침을 보는 건 몇 번일까. 천만 원이 너는 돈이 통장에 있어서 그 돈으로 장례식장비와 병원비를 계산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는 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떤 날은 육체가 힘들고 아프면 고통을 참지 못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날에는 마음의 고통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너는 그리하여 끊임없이 시인들의 시를 탐미한다. 시는 마지막까지 남아서 너를 위로한다는 걸 알고 있다. 너는 다시 아버지와의 추억에 잠긴다. 아버지와 소원해지기 전까지 추억을 떠올리면 달콤하다. 추억을 곱씹을수록 입 안에서 달콤한 맛이 혀끝으로 퍼진다. 너는 동네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형과 누나가 없다. 그래서 누나가 있어서 집에서 늘 가요를 억지로 들어야 했던 아이들과 달리 라디오에 나오는 팝을 듣기 시작했다. 처음 듣고 마음을 빼앗겨 버린 노래가 아바의 치키티타라는 걸 너는 기억한다. 듣자마자 귀에 쏙 들어오는 리듬과 아그네스의 목소리. 그리고 라디오 디제이가 설명해주는 아바라는 그룹에 대해서, 그들의 소토리를 듣는 것에 너는 빠져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동네 아이들이나, 노래를 많이 듣던 누나들에게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혼자일 때는 라디오를 숙명적으로 들었다. 아버지 마중 나갔을 때 버스 정류장에는 레코드 가게가 있었다. 스피커로 늘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가끔 팝송이 나올 때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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