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25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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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동생과 함께 너는 스피커 가까이에서 노래를 들었다. 이건 무슨 노래일까? 너는 너무 일찍부터 팝을 듣기 시작했다.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다 보니 라디오를 듣는 것에 빠져들었다. 6학년이 되었을 때 생애 처음으로 미니카세트를 아버지에게 선물 받았다. 그때의 그 기쁨 역시 너는 알고 있다. 빨간색으로 된 미니카세트 플레이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오토리버스는 안 되었지만, 아버지는 큰마음 먹고 너에게 선물로 사주었다. 그 후에 늘 음악을 들으며 다녔다. 그러다 너는 크게 일을 당하게 된다. 중학교 1학년 봄 소풍 전날이었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달리 전부 남자였고 알 수 없는 냄새가 가득한 교실에서 비슷한 모습의 머리를 한 아이들이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에서는 정말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너는 너와 비슷한 친구는 없다고 생각하고 등하굣길에 음악을 들었고, 쉬는 시간에도 음악을 듣고, 토요일 오후 자율학습 시간에도 음악을 들었다. 창가에 앉아서 몰래 음악을 듣는 일은 짜릿했다. 토요일 네 시간 수업이 끝나면 오후 세 시까지 자율학습을 했다. 너는 그때 창가에 앉아서 창밖에 시선을 두고 한쪽 귀에 이어폰(이때는 헤드셋이 아니라 이어폰이어야 한다)을 꼽고 음악을 들었다. 카세트는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에 그때는 라디오를 들었다. 두 시의 데이트. 두 시의 데이트에는 가요뿐 아니라 팝도 나왔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매점에서 평소에 먹지 못하던 것들을 사 먹고 자율학급을 하고 걸어서 집으로 왔다. 버스를 타면 금방이지만 학교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30분이 넘었다. 그럴 바에 걸어서 집으로 왔다. 걸어서 집으로 오면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너는 음악을 줄곧 들었다. 이미 그때 엘튼 존이나 신디 로퍼, 브라이언 아담스를 좋아했다. 6학년 때 아버지 덕에 잘 먹어서 통통하게 오른 살도 그렇게 등하굣길을 걸어 다니다 보니 다시 살이 빠졌다. 그날은 소풍 전날이었다. 중학교에 와서 처음 맞는 소풍이었다. 소풍이라고 하지만 초등학교 때만큼 기분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수업하지 않아서 좋다는 정도였다. 일찍 수업이 끝난 전날에 너는 음악을 들으며 집 근처 인도를 걷고 있었다. 그날 너는 왜 거기에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소풍 전날이라 엄마의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다녔던 초등학교 앞을 지나서 오는 소형 트럭을 길가에 두고 인부 아저씨가 삽으로 모레를 밑으로 퍼 내리고 있었다. 너는 비록 귀로는 음악을 들었지만, 눈으로는 트럭을 보고 있었다. 너는 인도에 어중간하게 걸친 트럭을 살짝 피해서 가는데 뭔가가 귀를 '쾅' 하고 찧었다. 인부 아저씨가 모레를 퍼서 밑으로 내리는데 그만 너를 보지 못하고 너의 얼굴로 삽질을 한 것이다. 삽이 너의 얼굴로 왔지만 다행인 것은 정면이 아니라 옆의 귀를 찍어 버린 것이다. 너는 넘어져서 얼굴에 가득 묻은 모레를 털었다. 약간 띵 한 정도의 충격이었다. 너는 아저씨에게 괜찮다며 일어나서 가려는데 아저씨가 뛰어와서 손수건으로 귀를 잡았다. 피가 줄줄 흘렀다. 귀의 밑부분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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