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6.
너는 피를 보자 그때야 점점 아프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손수건으로 귀를 막고 근처의 병원으로 가고 있는데 하필 동생이 학교에서 나와서 너를 봤다. 병원에 가니까 엄마에게 말하라고 했는데, 동생이 집으로 뛰어가서 오빠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는 바람에 응급실로 온 어머니와 큰이모의 신발은 짝짝이였다. 다행히 다른 곳은 아무 문제가 없고 귀만 몇 바늘 꿰맸을 뿐이었다. 인부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치료가 제대로 끝나니 서로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인부 아저씨는 그 뒤로 몇 달이나 가끔 과자를 들고 찾아와서 안부를 묻고 걱정해 주었다. 너는 그 덕분에 나는 다음 날 소풍을 가지 못했다. 누워서 잘 자다가 몸을 돌려 꿰맨 귀가 베개에 닿으면 아파서 벌떡 일어났다. 너는 요즘도 가끔 귀에 있는 그 흉터를 만지작거린다. 너는 아버지에게 미니카세트 플레이어를 선물로 받고 첫 앨범으로 아바를 구입했다. 그래서 아바의 그 앨범을 주야장천 들었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너는 구입했다. 주인은 너에게 브로마이드를 선물로 주었다. 처음 받아보고 처음 해 보는 것들이 많을 때였다. 미니카세트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전까지 아버지는 너에게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엘피판을 사주었다. 그땐 주로 로버트 태권브이 이야기 같은 엘피판이었다. 도입부에 태권브이 주제가가 나오고 끝나면 영어버전으로 노래가 나왔다. 그걸 듣는 걸 너는 좋아했다. 영어 버전은 한글로 받아 적어가면서 따라 불렀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 듣기는 학창 시절에 계속되었다. 집에는 앨범이 점점 늘어났다. 너는 여느 남자 고등학생처럼 고등학교 시절 록 음악에 심취하여 수많은 록밴드의 음악을 들었다. 한참 엠티비가 유행하고 있어서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록밴드의 화려한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술과 담배를 20년 넘게 끊었다가 술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어릴 때처럼 만취되도록 마시지 않았다. 아버지는 회식하고 들어오시면 너에게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올웨이즈 러브 유]를 언제나 틀어 달라고 했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걸 한잔하고 집에 오시면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곤 했다. 술은 기분 좋게만 드셨다.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어야 했다고 너는 생각한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너는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며 아버지를 간호하며 버텼다. 며칠 있으면 괜찮겠지 하던 병실 생활은 2년 가까이 되었다. 2년 내내 병실에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대학병원에서 집까지 5분 거리라 좀 괜찮아지면 집으로 옮겼다가 심해지면 입원했다. 마지막 1년 동안 너는 힘들었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병원으로 가서 어머니와 교대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버지 병간호를 하느라 혈압이 190까지 치솟았다. 2년 동안 크리스마스를 병실에서 보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