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27

소설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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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병원 옆에는 5성급 호텔이 있어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화려하게 불빛이 반짝였다.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도 적응이 되면 더 이상 불편하지 않았다. 육체는 바뀐 상황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몸으로 변한다. 고통과 신음이 가득한 병원이라도 밤이 되면 모두가 고요하다. 너는 자정이 되면 샤워실에서 샤워했다. 특히 겨울의 샤워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너는 여자 친구와 함께 건널목을 건너다 여자 친구가 차에 치여 넘어지는 사고가 났다. 그때 너는 차에 아주 살짝 부딪혔지만, 가해자 쪽에서 너까지 병원에 입원하기를 바랐다. 일단 검사를 받아보는 게 낫다고 가해자 쪽에서 생각했다. 가해자도 사람을 치는 사고가 처음이라 몹시 놀랐다. 당시 너의 여자 친구는 허벅지를 많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너도 덩달아 입원하면서 겨울을 보냈다. 그 병원은 다치고 부러진 환자들이 입원하는 병원인데 샤워실이 신통찮았다. 그에 비하면 아버지가 입원한 대학병원의 샤워실은 호텔이었다. 아버지가 잠든 것을 확인 후 밤이면 샤워실로 가서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밤에 병문안 왔던 친구들에게도 샤워하고 가라고 샤워실에 수건을 줘서 들여보냈다. 뜨거운 물로 마음껏 샤워를 할 수 있으니 아버지가 나으면 이 좋은 샤워를 하지 못해서 어쩌나 하고 생각도 했다. 너는 병실 생활을 하는 야간에도 조금씩 책을 읽고 글을 써나갔다. 글을 쓴다고 했지만, 기록하는 정도였다. 그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버틸 수 있는 동력이라 너는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도는 보이지 않고 레지던트 3년 차가 너를 불러 심장에 이벤트가 일어날 수 있으니 관 세 개를 삽입하는 수술에 동의를 바랐다. 어머니나 여동생의 동의가 아닌 오직 너의 동의를 요구했다. 네가 모든 걸 안고 선택해야 했다.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오히려 너는 편했다. 네가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저 마음 졸이며 대기실에서 아버지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뿐. 그러면서 매일 두 번 있는 면회를 하는 것뿐이다.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어느 날 너는 일을 마치고 와서 피곤한 몸으로 중환자 가족이 대기하는 방에 들어갔다. 신발도 벗지 않고 발은 현관에 둔 채 그대로 방에 상체를 눕혀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누군가 이불을 덮어 주었다는 걸 너는 안다. 그 따뜻한 이불은 어떤 할머니가 덮어 준 거였다. 그 이불 덕분에 따뜻하게 잠들었다가 눈을 떴다. 너무 불쌍하게 너는 잠이 들어 있었다. 베개도 없이 외투를 껴입은 채 팔짱을 끼고 그대로 누워 피곤함에 절어 잠이 든 것이다. 대기실 방은 크고 넓고 따뜻해서 중환자 가족이 그 방에서 대기하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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