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8.
이불을 덮고 공부하는 학생, 아직 아기를 안고 기다리는 새댁,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아들딸이 방에서 중환자가 된 가족을 기다렸다. 방은 오전 다섯 시가 되면 보일러가 꺼졌다. 그때부터는 더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너는 그런 방에서 여섯 시까지 잠들어 있었다. 방에는 인터폰이 있다. 인터폰을 받은 환자 가족의 표정을 보면 대충 상황이 짐작 간다. 이 방은 마치 다른 세계 같다고 너는 생각했다. 중환자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환자는 얼마나 될까. 중환자실은 연옥이다. 아버지는 점점 병세가 악화하였다. 병원에 있으니 집에 있으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산소 기계까지 대여하고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옮기기로 했다. 그해 겨울은 혹독한 추위가 덮쳤다. 12월 내내 춥고 시렸다. 이러다가 다음 해가 오지 않을 것만 같았고 한 번 내린 눈은 병원의 그늘에서 그대로 멈춰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칼바람이 불고 무시무시한 추위가 덮친 12월 31일 아버지는 눈을 감았다. 너는 아버지의 똥오줌을 맨손으로 받았다. 장갑을 껴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입원했을 때 대변에 장기가 녹아서 딸려 나오는 걸 보고 너는 생각이 많아졌다. 아버지가 정신을 잃으면 허벅지를 사정없이 꼬집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잠시 정신이 돌아와 너를 욕했다. 제발 그렇게라도 살아달라고 너는 빌었다. 아버지는 병실에서 강아지가 보고 싶어서 더 이상 병실에는 있기 싫다고 했다. 집으로 왔을 때 아버지를 반기는 강아지의 모습이 너무나 거짓말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그런 강아지를 보며 눈을 감았다. 강아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아버지를 보고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 뿐이었다. 집으로 왔을 때 아버지를 반기는 강아지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그런 강아지를 보며 눈을 감았다. 강아지는 그것도 모른 채 아버지의 발바닥을 핥고 다리에 얼굴을 얹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1월 1일은 날이 풀려 화창하고 맑았다. 그러나 그동안 한기가 든 너의 몸은 쉽게 녹지 않았다. 너는 원래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려고 했다. 너는 현재 어울리는 친구가 없다. 아니 있지만 어울리지 않는다. 그건 친구와 예전처럼 이야기하며 노는 게 시간이 너무 아깝고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너는 생각한다. 너는 한동안 사람들이 좋아서 주위에 아주 많은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 장례식 때 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어른들이 놀라기도 했다. 친구를 좋아하고 어울리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고 너는 생각했다. 학창 시절과 20대 초반 정도뿐이라고 너는 생각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