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릴 때 골목에서 뛰어놀았는데, 그때 딱총이 유행이었다. 압축된 화약을 총에 끼워서 방아쇠를 당기면 팡 터지면서 큰 소리와 함께 알싸한 화약 타는 냄새가 잔향을 남겼다. 기묘하지만 그 냄새가 좋았다. 화약 터지는 냄새는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아이들이 몰려들면 하늘로 총구를 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터지기 직전은 겁이 났지만 터트려야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나는 아이들 여럿 중 한 명이었다. 딱총과 화약은 돈이 없는 아이들은 엄두를 낼 수 없는 놀이였다. 동네 형들이 딱총을 터트릴 때 아이들은 기대에 부풀에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중 내가 아마도 유일하게 그 화약 터지는 냄새가 좋아서 모이는 틈에 끼었다. 화약이 터지면 팡하는 소리까지 뭔가 기분이 짜릿했다. 총알이 발사되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화약 딱총이 있으면 그 주위로 자석처럼 모였다. 화약 터지는 냄새는 처음에 맡으면 미간이 좁혀지지만 이상하게 자꾸 맡고 싶었다. 그러나 딱총알을 사려면 돈이 든다. 돈은 언제나 부족했다. 그때 맡았던 화약 터지는 냄새는 요즘 맡을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기구나 장난감은 다양하지만 고가다. 아이가 레고에 빠졌다면 부모는 긴장을 해야 한다. 요즘은 그런 화약이 터지는 냄새 따위가 나는 장난감은 없다. 군대에 갔을 때 사격장에서 엇비슷한 냄새를 맡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사선에서는 긴장이 되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지기에 당시에 냄새에 심취해 있을 수 없었다. 미간이 좁혀질 만큼 별로인 냄샌데 자꾸 맡고 싶은 냄새가 존재한다. 요컨대 여름에 신나게 뛰어놀다가 들어온 조카의 정수리 냄새, 강아지 발바닥에서 나는 꼬순내 같은 냄새, 시골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소똥 냄새가 그렇다. 예전에는 버스에서 나오는 배가 가스 냄새가 좋다던 친구도 있었다. 그런 냄새가 존재한다. 싫지만 나쁘지 않은 냄새. 맡다 보면 자꾸 맡고 싶은 냄새. 골목에도 골목의 냄새가 존재했다. 썩 좋은 냄새는 아니지만 맡고 있으면 동화되는 냄새가 있다. 고름냄새를 좋아하던 사람도 있었다. 고름이 나오는 경우가 요즘에는 없지만 예전에는 상처가 곪아서 종종 고름이 나오곤 했다. 고름에서 냄새가 나는지도 몰랐다. 냄새를 맡기 전에 고름은 더럽기에 빨리 닦아야 하지만 그 냄새를 맡는 사람은 꼭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더러운데 냄새가 좋지 않아? 평소에는 맡을 수 없는 냄새야. 그땐 알지 못했지만 사람은 자신만이 좋아하는 냄새가 있다는 걸 알았다. 대중목욕탕에 가면 어른들이 발톱을 깎고 나서 그 냄새를 꼭 맡았다. 아기 엄마들은 아기가 싼 똥냄새를 맡는다. 세상에는 모르는 일들이 가득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실은 거짓과 비슷했다. 언젠가부터 일간 냄새부터 맡고 본다. 낯선 곳에 가면, 낯선 음식을 받으면, 옷을 구입하면 냄새부터 맡는다. 세상의 모든 곳에 냄새가 도사리고 있다.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전혀 못 맡는 사람이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의 골목은 습기 찬 곳에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와 해가 들어와 바짝 마른 구석에서 피어나는 풀꽃의 냄새가 섞인 냄새도 있다. 그건 골목에 살면서 자주 맡지 않으면 맡을 수 없는 냄새다. 역시 좋은 냄새라고 할 수 없다. 미간을 좁히게 만들지만 계속 맡고 싶은 냄새에 속한다. 예전에 살던 동네는 골목이 많았다. 공터를 중간에 두고 여기저기 골목이 거미줄처럼 있었다. 골목은 총 네 군데가 있고 그 골목 안으로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공터로 올라오는 큰 골목에는 연탄집이 있었다. 연탄을 만드는 공장 형식의 집은 아니고 공장에서 연탄을 가져와서 쌓아 놓고 판매하는 형식의 집이었다. 그래서 다른 집보다 컸고 연탄을 넣는 창고가 있고, 마당에는 큰 개가 묶여 있었다. 개 때문에 연탄 집 앞을 지나칠 때는 재빠르게 지나갔다. 개는 멍청해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짖지 않았다. 개는 온몸이 까맣지만 원래는 갈색이었다. 아마도 연탄가게에 묶여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연탄 집을 지나칠 때면 냄새가 났다. 연탄의 냄새가 확실히 어떻다고 설명할 수 없지만 차갑고 농밀한 먼지 냄새에 개의 비린내가 섞여서 났다. 개는 그 먼지를 많이 뒤집어써서 몸이 까만색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냄새는 고약했다. 고약한데 자꾸 맡고 싶었다. 그래서 머물러서 냄새를 맡을 순 없으니까 자주 지나치면서 그 냄새를 맡았다. 만약 요즘 어딘가에서 그 비슷한 냄새를 맡는다면 나는 아마 충분히 알아차릴 것이다. 연탄 집 맞은편에는 구멍가게가 있었다. 구멍가게에서 가끔 외상을 하기도 했다. 나는 겁이 많아서 절대 그럴 리 없는 일인데 용케도 외상으로 빵을 사 먹었다. 구멍가게는 그야말로 구멍가게였다. 너무 작았지만 과자와 음료, 아이스크림이 다 있었다. 구멍가게에 들어가면 방문을 열고 주인아주머니가 빼꼼 내다본다. 가게 안에는 난로가 있고 그 위에는 주전자가 달아올라 엑토플라즘처럼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구멍가게 안에는 뜨거운 보리차 냄새가 가득했다. 고소한 냄새. 그 냄새에 끌려 보리차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공터에도 구멍가게가 있었지만 그곳에는 어린이들에게 외상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연탄 집 맞은편 구멍가게에서는 외상을 해주었다. 외상으로 보름달 빵을 사 먹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집에서 혼난 기억은 없다. 구멍가게와 연탄집 사이로 내려가면 도랑이 나왔다. 도랑을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가 있고 도랑은 더러웠지만 비가 오면 깨끗해져서 미꾸리들이 가득 차기도 했다. 당시에는 주택을 지을 때 우오수분리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런 시설도 없었다. 집집이 나오는 오수가 도랑으로 흘렀고 그 물이 강으로 들어갔다. 도랑의 냄새가 있다. 그렇게 좋지 않은 냄새다. 집집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이 도랑으로 흐르니 냄새가 좋을 리 없다. 그런데 앉아서 계속 맡고 있으면 그 냄새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도랑의 물이 더럽지는 않았다. 그렇게 느꼈다. 비가 오면 도랑에 물이 넘쳐 미꾸리들이 살아서 돌아다녔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집에는 목욕시설이 없어서 목욕은 전부 대중목욕탕에서 했다. 요즘처럼 기름에 굽거나 음식 찌꺼기가 많이 나오는 음식을 해 먹지 않았다. 설거지를 할 때 세재를 많이 쓰지도 않았다. 그래서 도랑은 더러운 것 같지만 그렇게 더럽지만은 않았다. 도랑을 건너기 전 공터로 올라가는 작은 언덕이 있었다. 작은 언덕은 좀 위험했지만 거기에 매달려 동네 아이들이 많이 놀았다. 후에 도랑은 복개천으로 막아버렸고 언덕은 위험해서 공사가 되었다. 왜 위험한 곳은 언제나 재미있을까. 아슬아슬한데 다치는 녀석은 없었다. 그 아슬아슬함 때문에 아이들은 언제나 재미있었고 어른들은 조마조마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