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ug 2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91

9장 3일째 저녁

191.

 “우리 회사의 그 이름이 뭐더라? 왜 있잖은가? 언제나 회색 정장만 입고 다니는…… 옆 사무실의 그 사람 있지 왜.” 허리가 완전히 펴지지 않고 구부정한 자세로 최원해는 마동을 바라보았다. 마동은 최원해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암튼 그 친구가 자네 동네에 살고 있더군. 그 친구의 말로는 자네가 어제 아주 활발한 체력과 건장한 체격으로 조깅을 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처음엔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지. 왜냐하면 자네가 잘 알지 않나. 그런데 그 친구의 말을 들으니까 또 그 친구의 말에 의심이 가면서도 이곳으로 한 번 와보고 싶었다네”라고 하면서 팔을 들어서 어깨를 돌리는 자세를 취했다. 운동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에게나 나타나는 자세였다. 최원해는 다시 앉았다가 일어났다. 역시 준비운동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엉성한 자세다. 헬스클럽을 다닌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지 못할 동작이었다. 어정쩡함이 극에 달한 동작으로 무릎을 굽혔다 폈다. 동작을 끝내더니 마동의 얼굴 가까이 안경을 쓴 큰 바위 얼굴이 다가왔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자네 집 앞으로 왔네. 자네가 조깅을 하러 가면 나도 뒤따라가려고 말이야. 자네가 약속했잖나. 나와 같이 조깅을 하기로 말이지. 아니 나를 데리고 조깅을 하겠다고 말이야. 자네에게 이런저런 질문 같은 건 하지 않겠네. 회사의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고 나는 일과를 마쳤고 말이지. 자네를 따라서 조깅만 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야.”


 최원해는 그 큰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억지스러운 웃음이었고 최원해 같지 않은 말투였다. 원인과 결과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덮어두고 조깅을 따라오겠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했다. 하지만 최원해의 의식을 들여다봐도 마동에 대해서 딱히 다른 생각은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마동을 따라서 조깅을 하겠다는 의지뿐이었다. 마동과 눈이 마주치자 최원해가 크게 웃었지만 어색하기만 했고 어딘가 모난 웃음 그것이었다.


 “저를 따라오시려면 준비운동을 많이 하세요.” 마동은 최원해를 위해 다시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어, 그래그래, 그러지. 자네 지금 보니 상당한 근육질이구만. 정말 달리기만으로 그러한 근육을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질 않는군. 암튼 부럽네”라며 마동의 가슴을 툭 쳤다. 최원해는 마동의 근육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근육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눈으로 집어삼키며 준비운동을 따라 했다. 최원해는 허리가 거의 꺾이지 않았다. 마동은 할 수 없이 그의 허리를 조금 눌러서 배를 무릎 가까이 닿도록 했을 때 최원해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진저리가 날 정도로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이봐! 이봐 잠깐, 사람을 그렇게 심하게 다루면 어떻게 하나. 달리기도 전에 몸이 남아나질 않겠구만.” 최원해는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이미 티셔츠의 반은 젖어서 색이 달랐다. 마동은 그의 하소연에도 지면에 엉덩이가 닿을 만큼 다리를 펴서 쭉쭉 뻗는 동작을 따라 하라고 했다. 최원해의 몸은 구체관절 로봇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정도로 뻣뻣했다. 모든 움직임에 거국적으로 나온 배가 방해를 했다. 라운드 네크라인이 늘어난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있음에도 그 배를 가릴 수는 없었다. 앉을 때나 허리를 구부릴 때 보기 싫게 불룩 나온 배 때문에 저항이 생겼다. 마동은 최원해의 스트레칭 포즈가 엉망이면 옆에서 보조를 해 주었다. 그럴 때마다 소름 돋는 신음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대체로 엉망이었다.


 마동은 최원해에게 자 이제, 라며 달려가기를 권했고 그도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이며 마동의 뒤를 따라 무더운 여름밤 속을 뛰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최원해가 잘 따라왔다. 마동은 그의 페이스에 맞춰서 달려야 했기에 평소보다 느리게 달렸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그의 앞에서 천천히 달려가며 최원해의 페이스메이커를 해주었다. 마동의 몸 상태는 그 어떤 날보다 최고조의 상태였지만 그 어느 날보다 느리게 달려야 했다. 마치 3800CC의 고성능 자동차로 카메라도 방해자도 없는 죽 뻗은 도로에서 시속 7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운전을 해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15분 정도 지나니 최원해는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누구나 15분이 지나면 숨이 차오르고 힘이 들기 마련이다. 그 고비를 넘기고 대부분 사람들은 꾸준하게 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페이스의 조절이 가능하게 된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9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