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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5.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93

9장 3일째 저녁

193.

 마동은 그가 따라붙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경사면을 올랐다. 저 먼바다의 하늘 위에서 마른번개가 번쩍였다. 등산로의 바닥은 시멘트나 코르크로 잘 닦아 놓은 인공적인 바닥에서 벗어났다. 운동화 밑으로 흙바닥의 울퉁불퉁한 질감이 전해졌다. 더위가 혀를 날름거리는 여름밤은 어둠이 깊게 깔리지 않아서 밤에 조깅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지만 산속이라면 조금 달라진다. 그래서 시에서는 하절기에 산행을 허용한 대신 산행로의 모든 부분에 가로등을 설치했고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했다.


 한때 주민 대표가, 산행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낸 세금까지 들어간다며 따지고 들었지만 이후로는 고요해졌고 결국은 가로등이 설치되었다. 숲의 원형은 헤치지 않으며 등산로를 만들었다. 덕분에 마동은 간간이 산행 길을 달릴 수 있었다. 숲 속의 달리는 기분은 브레싱 하다. 침엽수에서 살균성을 지닌 물질이 뿜어져 나온다. 겨울의 산속보다는 여름의 산속에서 더 풍부하게 나무의 상쾌한 향을 맡으며 달릴 수 있다. 흙바닥에 발을 디디며 달려 올라가는 야간 숲 속의 조깅은 상쾌하지만 최원해 때문에 달리지는 못하고 조금 빠르게 걸어 올라갔다.


 최원해도 이 상쾌함을 맡아보면 코스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을 것이다. 마동을 따라오면서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침엽수에서 뿜어내는 기분 좋은 피톤치드가 인체에 아주 유익하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 거리며 힘을 다해 마동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의 목덜미에서 흘러내린 땀 때문에 티셔츠의 네크라인 부분은 환자가 입을 다물지 못해 입에서 흘러내린 침이 축축하게 환자복을 물들인 것 같은 도형을 만들어냈다.


 “원하는 걸 얻는데 시간이 단축될 겁니다, 최부장님께서도. 이런 길을 매일 달린다면 말이에요”라고 마동은 말했다. 마동은 전혀 숨이 차지 않았다. 경사가 조금 더 심해졌고 몸을 앞으로 구부려야 했다. 최원해는 빨리 걸어 올라가는 것도 벅차 보였다.


 “내가 자네와 많은 대화를(헉헉)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자네는 가만 보면(헉헉) 사람들과는 다르게 말을 하는 경향이 있네(헉헉). 그거 자네는 알고 있나?” 최원해는 숨이 차서 입에서 겨우 말이 나왔다. 중간에 헉헉 거리는 소리가 성애 중에 내뱉는 욕망에 가득 찬 소리처럼 들렸다. 최원해의 목소리는 입에서 겨우 나왔다. 주전자의 뚜껑을 통해서 증기가 겨우 빠져나오듯이.


 “거북하신가요. 듣기에?”


 “아니, 그건 아니네만(헉헉). 평소의 자네는 언어습관에 좀 묘한 구석이(헉헉) 있는 거 같아서 말이지. 지금 자네에게(헉헉) 거북한 것은 말이네(헉헉). 이렇게 산길을(헉헉) 뛰어 올라가면서(헉헉) 전혀 숨차 오르는 기미가(헉헉) 없이 말을 한다는 거네(헉헉). 그런 자네가 조금(헉헉) 거북 하네만.” 최원해는 그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마동은 전혀 숨이 차오르는 것 같지 않고 최원해에 비해 땀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에게는 이상하게 받아들여졌다. 마동은 그렇다고 일부러 숨이 차오르는 척 하기는 싫었다.


 “중요합니다. 꾸준하게 하는 것이, 분명 최부장님도 이 코스를 일주일에 삼, 사일만 달리면 곧 이렇게 경사가 심한 곳도 다리 근육이 당긴다던가, 숨이 차오르는 증상이 서서히 사라질 겁니다.”


 “이봐, 마치(헉헉) 헬스클럽 트레이너처럼 말을 하는군(헉헉). 자네(헉헉).”


 “여기 코스는 겨울에는 저녁이 되면 들어오지 못합니다. 오를 수 있을 때 열심히 오르는 겁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오케이(헉헉).”


 마동은 최원해를 이끌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여러 번 나왔다. 그 코스를 지나면 풀숲의 산길이 나오고 평지 같은 부분의 산행코스가 나온다. 그곳에서는 천천히 달리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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