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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97

9장 3일째 저녁

197.

 새로운 에고의 얼굴은 황폐하고 싸늘한 표정이었다. 칼로 긁어버린 것처럼 원래 에고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새로운 에고에게 들릴 리가 없다. 들었다 하더라도 새로운 에고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새로운 에고가 아이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도넛 향이 새로운 에고의 코를 향해 손가락으로 찌르듯 달려들었다. 알 수 없는 기름에 갓 튀겨낸 밀가루 도넛 향은 달콤했으며 야릇한 감촉 같은 것이었다. 감촉은 조금씩 흥분을 더했으며 엷은 희미함에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야릇한 기운은 쾌감으로 다가왔고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어 갔다. 감촉은 점점 흥분을 뜨겁게 달구었다.


 열기가 가열되어 갔다. 열기에 옷을 벗어야만 할 것 같았다. 도넛의 향이 이렇게 욕정 적이고 감미로운지 새로운 에고는 그 향에 젖어들었다. 새로운 에고의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도넛 향의 쾌감은 새로운 에고를 감싸고 옷을 벗어버리게 만들었다. 새로운 에고는 도넛 향에 정신이 빠져나간다. 얼굴이 뭉그러지기 시작했다. 얼굴의 피부는 조금씩 썩어나가기 시작하더니 녹아내리면서 지니고 있던 모습에서 벗어났다. 불에 지진 인두가 몸속을 돌아다니는 듯 몸은 불덩이 같았다. 도넛의 애잔했던 향기는 새로운 에고에게 욕망으로 그리고 욕정의 모습으로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간절한 목마름.

 참을 수 없는 맛.


 새로운 에고는 아이들이 모여 앉아있는 철제 바구니 앞으로 거인처럼 걸어가더니 아이들이 먹고 있는 도넛을 빼앗아 먹었다. 원래의 에고는 더 큰 소리를 질렀다. 제발, 제발 아이들은 괴롭히지 마.


 새로운 에고가 아이들의 도넛을 빼앗아 버리자 아이들은 서로 울면서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어른보다 더 커져 버리고 어른 5명의 힘보다 강한 새로운 에고의 힘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새로운 에고가 아이들에게 빼앗은 도넛을 입에 넣고 마구 씹어 삼켰다. 새로운 에고는 도넛의 맛에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욕정의 맛이자 황홀의 맛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도넛의 맛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도넛을 지들끼리 먹어? 그동안 내가 이렇게 크게 변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나에게 먹어보라고 하지 않았단 말이야!


 새로운 에고는 손에 들고 있는 도넛을 허겁지겁 먹으면서 아이들이 먹고 있는 도넛을 전부 빼앗기 시작했다. 새로운 에고는 화가 머리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런 보잘것없는 아이들까지 자신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아이들을 새로운 에고는 밀쳐 내거나 완력으로 제압했다. 간단한 일이었다. 아이는 휙 날아가서 넘어지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저 옆으로 꼬꾸라지기도 했다. 작은 공터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아이들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새로운 에고는 일단 도넛을 먹는 것에 눈이 돌아가 있었다. 점점 눈동자가 사라져 갔다. 눈자위는 단일 색으로 물들었고 눈동자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이내 뒤집어지더니 눈동자가 새로운 에고의 눈에서 소멸했다. 변해버린 얼굴과 눈동자는 절망감이었다.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새로운 에고의 그런 행동에 반기라도 하듯 한 아이가 달려들었다. 새로운 에고는 어린아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발로 아이의 얼굴을 짓눌렀다. 아이도 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붙었다. 불구덩이 속에 갇혀 버린 삶을 살아가는 아이가 문으로 손톱을 긁어 대듯 처절하게 새로운 에고의 다리를 붙들었다. 새로운 에고는 아이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아이는 끽하는 소리를 내더니 목에서 벌건 신물을 쏟아냈다. 새로운 에고는 아이의 얼굴을 종잇조각처럼 찌그러트렸다. 새로운 에고는 그런 아이를 집어서 귀찮다는 듯 저쪽으로 던져 버렸다.


 너희가 실체를 알고 있느냐! 실존하는 내가 주인이 되는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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