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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3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98

9장 3일째 저녁

198.

 새로운 에고는 도넛을 먹을수록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버려진 아이의 얼굴은 코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피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었고 작은 얼굴이 전부 붉게 물들었다. 새로운 에고는 만족하는 듯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도넛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울면서 보고 있다가 그중 한 아이가 새로운 에고에게 덤벼들었다. 새로운 에고는 성가시다는 듯 아이의 머리털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아이의 눈에 보이는 새로운 에고의 모습은 괴물 같았다. 새로운 에고는 손에 들린 아이를 축구공을 차듯 공중에서 발로 차 버렸다. 아이의 갈비뼈가 여러 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부서진 갈비뼈는 폐를 찔렀다. 아이의 입은 벌어지고 눈은 한 지점을 향한 채 그대로 멈춰 버렸다. 새로운 에고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지 뛰어가서 쓰러져있는 아이의 얼굴을 발로 밟아버렸다.


 마동은 계속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안 돼, 제발 그 아이들을 건드리지 말아 줘!


 폭력을 휘두르는 새로운 에고는 마동에게서 떨어져 간 놈이기 때문에 마동 자신이 막아야 했다. 저대로 놔뒀다간 아이들이 맞아서 죽을지도 모른다. 마동은 시끄러운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괴롭히는 새로운 에고의 저 모습은 혐오스러움을 넘어섰다. 저 녀석을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차올랐다. 증오가 마동의 몸을 적셨다.


 물처럼 발끝에서부터 무릎을 지나 차오르는 느낌. 내 자체가 체재가 되고 관념이 되어서 과오를 죽여야 한다.


 그때 한 아이의 뺨이 너덜너덜하게 찢겨 나갔다. 마동의 마음에 증오가 물처럼 끓어올랐다.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고 있는 저 녀석을 죽여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뜨거운 에너지의 파동이 마음에 느껴졌다. 괴물로 변해버린 녀석의 횡포를 막고 숨을 끊어버리는 것은 ‘악’을 저지르는 행위가 아니다.


 악은 평범하다. 악의 평범성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악이라는 것은 도처에 널렸다. 순박하기만 하던 이웃집 아저씨가 결국 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악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나쁘고 몹쓸 것이고 어쩌다가 가끔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철학가가 말했지, 사람들은 내 여자가 술집에서 다른 남자와 술을 마시고 있으면 그건 바람이라고 하지만 그저 술을 마시고 있을 뿐일지도 몰라. 정녕 무서운 건 같이 베토벤을 공유하고 카프카를 논하고 바이런을 좋아하는 마음이 같아서 손을 잡지 않아도 술을 마시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것이 더 무서운 거야. 악이란 그 속에서 비집고 나오는 거지. 마음속에 있다가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몰라. 마동은 언젠가 희미하지만 증오가 열병을 앓듯 불타올랐던 적이 있었다. 너무나 어렴풋하지만 지금처럼 증오로 불타올랐다.


 그때 나는 어떻게 했을까. 증오를 어떤 식으로 표출했을까.


 불투명하다. 아무리 떠올려도 흐리터분하기만 하다. 증오가 마동의 몸속을 전부 장악하고 마동에게 명령을 했지만 자세한 기억은 없다. 그때의 정경도 지금과 비슷하다. 지금은 새로운 에고가 여러 명을 괴롭히고 있지만 그때는 여러 명이 한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모습 같았다.


 나는 그때 증오로 몸이 뜨거웠으며 어떻게 되었을까. 아아, 중요한 건 지금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계속 떠올리려 하지 말자. 지금 저 녀석을 찢어발겨 놓을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마동은 사력을 다 했다. 움직이기 위해. 마동은 팔을 뻗었다. 마동을 붙잡고 있는 방해자로부터 떨어지기 위해. 마동을 가둬놓고 마동의 팔다리를 누르고 있는 관념에서 있는 힘을 다해 마동을 붙들어 매고 있는 방해를 집어 뜯었다. 팔의 핏줄이 불거지더니 피부를 뚫고 튀어 올라왔다. 동맥인지 정맥인지 분간할 수 없는 혈관이 터져 피가 솟구쳤다. 마동의 피부는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 몸은 자줏빛을 띠었다. 마동은 소리를 질렀다. 포효했다. 마동을 짓누르고 있는 방해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크랙이 보이더니 벌어지고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깨지고 부서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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