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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3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99

9장 3일째 저녁

199.

 어두운 공간 속으로 차가운 달빛이 들어와 산란하며 어둠을 밝게 비추듯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던 어두운 힘의 방해자를 끊어버리게 도와주었다. 달빛을 받으며 마동은 새로운 에고를 향해 달려갔다. 마동은 달려가면서 소리를 쳤다. 마동이 내뱉은 말은 이미 언어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크루느족의 구어 같았다. 마동은 자신의 몸이 증오로 인해 나타나는 변이의 총체가 되었다는 것이 점점 느껴졌다. 그 변이는 무릇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마동이 간직하고 있는 순수와는 다른 것이다.


 근원적인 순수.


 새로운 에고가 저지르는 악행을 보고 있던 마동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려 하지만 무엇인가에 꽉 잡혀있었다. 말랑한 꽃봉오리 같은 관념이 마동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체제일지도 몰랐다. 시대적 과오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쇠처럼 단단하게 마동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마동은 새로운 에고가 있는 공터로 가려고 애를 썼다. 저 광경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있는 힘을 다해 어떻게든 움직여 지금은 저 아이들을 구해줘야 한다. 남아있는 아이들이라도 구해야 한다. 울고 있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불순물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에서의 발로였다. 너무 깨끗하고 투명해서 가시처럼 날카로운 것이다. 세공을 하지 않으면 뾰족하고 칼날 같아서 위험하다. 마동은 그 순수를 꺼내 들고 횡포가 심한 새로운 에고를 죽이기 위해 사력을 다해 달렸다. 마동 속에서 나오는 순수는 악마적인 모습을 지닌 순수 그 자체다. 악마적인 순수성으로 새로운 에고를 죽일 것이다.


 새로운 에고를 죽이기 위해. 죽이기 위해.


 죽여버릴 것이다.


 바람이 마동의 볼을 스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바람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도화지 같았다. 마동의 손과 팔은 이미 변이를 하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마동은 새로운 에고가 있는, 아이들이 있는 공터로 달렸다. 마동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새로운 에고의 폭력을 마동은 순수의 폭력으로 소멸시키기 위해 달렸다.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어떠한 의식의 변경이나 신체의 변이를 가져온다 해도 상관없었다. 이제 상황은 어떠한 경계의 영역을 뛰어넘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숨이 거칠어질수록 마동은 점점 환희가 차오름과 동시에 환멸에 분노한 숨소리를 뿜어냈다. 새로운 에고를 잡아서 반으로 갈기갈기 찢어발길 것이고 그 징그러운 입을 갈라놓을 것이다. 아주 격렬하게 소름 끼치고 무섭게, 새로운 에고의 횡포를 저지할 것이다. 새로운 에고 녀석은 아이들을 짓밟으면서도 도넛을 맛있게도 먹고 있었다. 한 아이의 얼굴은 이미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동은 더욱 포효했다.


 안 돼! 아이들을 건들지 마!


 새로운 에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동은 그곳을 향해 마구 달렸다. 주위의 모든 것이 빛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마동은 팔을 휘저었다. 달리는데 마동의 앞에 거치적거리는 건 전부 뜯어 버리면서 마동은 새로운 에고를 향해 달렸다. 그때 마동은 또다시 무엇인가가 자신을 땅바닥에 고정시키는 힘을 강하게 느꼈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힘을 내지 못하게 했다.


 달이 사라졌다. 달이 사라짐과 동시에 달빛도 소멸했다. 소멸하면서 마동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눈앞에 새로운 에고가 아이들을 폭행하고 짓밟는 모습이 보이는데도 마동은 다가가지 못했다. 뇌를 통해서 고통이 전해졌다. 한순간에 머리를 짓누르는 고통이 한꺼번에 육체마저 고통스럽게 눌렀다. 마동의 팔은 끊어질 듯 아팠고 몸은 강력한 바닥과 일치가 되어 있었다. 바닥에서 자라난 고목나무처럼 땅바닥에 붙었다. 고목나무가 마동의 다리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고목나무의 형상이 는개였다. 마동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놀라 숨을 헐떡거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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