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Sep 0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00

9장 3일째 저녁

200.


 는개가 왜 나를 막으려고 하는가.


 는개는 사력을 다해서 마동을 막았다. 이봐, 저기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어. 가서 아이들을 구해야 해. 나를 좀 놔줘. 마동은 입을 다물고 는개에게 말했지만 는개는 얼굴을 일그러트려가며 마동을 붙잡았다.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는개는 마동의 다리를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잡았는데 마동은 비명소리를 듣고 는개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마동은 몸을 움직였다. 달빛을 받지 않더라도 마동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는개, 이건 옳은 일이야. 옳은 일을 하는데 할 수 없이 ‘악’을 사용하는 거야. 그러니 나를 막지 말아 줘.


 마동은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을 자의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래야 저 놈을 죽일 수 있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는개, 나를 놓아줘 제발.


 일어나 일어나라구! 여기서 나가야 저놈을, 저 폭력으로 똘똘 뭉친 저놈을 죽여버릴 수 있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일수록 등의 살가죽이 벗겨져나가는 고통이 수반되어 왔다.


 끄아아아악.


 눈물이 핑 돌았다. 눈동자가 충혈되었을지도 모른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와 잔재를 보며 마동은 붙어있는 땅바닥에서 육체를 떨어뜨렸다. 동시에 피와 근육이 몸에서 분리되어 나가고 핏줄이 덜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혈관이 터진 모습이 눈으로 들어왔다.


 마동은 마침내 자신을 붙들고 있던 큰 고목에게서 벗어났다. 고목은 고목일 뿐이다. 달려가면서 팔을 흔들 때마다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바닥에서 분리된 마동의 몸은 도저히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새로운 에고는 한 아이의 얼굴을 발로 차려고 했다. 마동은 안 돼! 하며 새로운 에고를 덮쳤다. 냄새가 났다. 누린내가.


 이미 아이의 얼굴은 맞아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짓이겨진 빵부스러기처럼 망가져있었다. 마동은 새로운 에고를 잡고 바닥에 넘어트렸다. 새로운 에고는 마동에게 저항 따위를 하지 않았다. 넘어진 채로, 도넛을 입에 물고 있는 채 그대로 있었다. 마동은 이미 이성의 경계에서 벗어났다.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떠한 부분도 마동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이렇게 폭력적인 새로운 에고가 자신에게서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역시 상관없었다.


 너 따위는 죽어야 해. 너 같은 놈이 왜 내 속에 숨어 있었던 거야!


 새로운 에고가 저항을 하던, 하지 않던 마동은 새로운 에고를 죽여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동은 에고를 똑바로 눕히고 뾰족해진 순수성으로 배를 찔렀다.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배가 갈라졌다. 자주색을 띤 피가 솟구쳤다. 그리고 목을 졸랐다. 마동의 몸에서 분수처럼 흘러내리는 피가 팔을 타고 손목을 지나 그 녀석의 목과 얼굴에 떨어졌다. 녀석은 흘러내린 마동의 피를 몸으로 흡수했다.


 마동은 기분이 아주 나빴다. 마동은 흐르는 피를 보며 더욱 폭주하기 시작했다. 손바닥과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새로운 에고의 목을 누르며 마동은 선과 악의 근본적인 속성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말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글귀로 옮겨다 놓은 허울 좋은 말일뿐이다. 지금 눈앞에 누워있는 새로운 에고는 악의 근원이다. 마동은 손아귀의 힘을 자신이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 새로운 에고의 목을 돌랐다. 손가락이 끊어질 정도로 마동은 힘을 주었다.


 새로운 에고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9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