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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01

9장 3일째 저녁

201.


 녀석은, 새로운 에고의 얼굴은 마동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목이 졸려가면서도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목이 졸려 숨이 막히면서도 마동을 비웃고 있었다. 눈동자가 변해서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었지만 비웃고 있었다. 입안에 도넛을 가득 담고서 마동을 비웃고 있었다.


 죽여버려야 한다. 이 비웃는 모습을 없애야 한다.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이질감이 잔뜩 드는 얼굴이었다. 그 기분 나쁜 얼굴이 마동을 빤히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너무 보기 싫었다. 마동은 더욱 목을 누르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가했다. 손가락이 손에서 해체될 정도로 힘을 주었다.


 마동 자신이라고 불리는 에고는 그동안 이드를 누르고 있었다. 이성과 감정의 사이에서, 선과 악의 사이에서, 현실과 초현실의 사이에서 이드는 온갖 욕구를 방출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만 에고는 이드를 꾹 누르고 있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욕구들마저 에고는 모두 누르고 있었다.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사소한 욕구들마저 누르며 참아왔다. 언젠가부터 에고는 그러한 자신의 인지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인지를 부정하면서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타인의 마음을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려 했다. 에고는 자신의 힘으로 작은 마음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으려고 했다. 마동에게서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에고는 자신의 힘이 턱없이 약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초자아를 불러냈다. 동시에 이드도 불러냈다. 이드를 함부로 방출하지 못하도록 너무 힘을 줘서 누르고 있었다. 이드는 욕구를 참는 동안 누르고 있던 악질적인 고뇌가 한 번에 폭발해버렸다. 부정은 곧 통제가 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여 악을 대동하고 악제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에고는 이제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치가 모호해진 채로 기분 나쁜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목이 졸리고 있었다. 섬뜩한 광경이었다. 눈동자는 사람의 그것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마동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동은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새로운 에고의 목을 있는 힘껏 졸랐다.


 목이 끊어지기를 바라면서.     





 눈을 떠보니 철탑 밑이었다. 철탑 밑의 수풀 더미에서 마동은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마동이 눈을 떴을 때 습한 공기가 나무 사이를 통과하면서 나뭇잎 특유의 냄새를 전해주었다. 나뭇잎 냄새 사이에는 슬픔의 냄새가 있었고 핏빛의 냄새도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냄새. 모순의 냄새였다.


 무엇일까.


 냄새는 언젠가 진하게 맡아본 냄새였다. 애써 잊어버리려고 했던 냄새. 잊어버릴 수 없는 냄새. 후각은 브라운관의 영화처럼 기억을 재생시킨다. 냄새의 기운.


 나는 왜 여기 쓰러져있을까.


 마동은 눈을 홉뜬 채 그대로 누워 있었기 때문에 숲 속의 풀이 팔과 다리에 와 닿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동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 때문에 깔려있는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풀거림이 팔과 다리에 닿을 때 간지러운 감촉이 좋아서 마동은 바로 일어나지 않고 자신이 왜 여기 누워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떠 올려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말처럼 달리고자 아파트를 벗어났다.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최원해를 만나서 같이 조깅을 했다. 최부장은 힘들어했고, 마동은 코스를 바꾸었다. 저수지를 끼고 만들어놓은 산행 길로 코스를 정하고 같이 올랐다. 그리고 또 그리고, 다음이 없다. 그저 눈을 떠보니 여기에 쓰러져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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