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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02

9장 3일째 저녁

202.

 다시 한번 마동은 여기에 왜 누워있는지에 대해서 설명 가능한 이유를 찾으려 했다. 바람이 한 번 불었다. 부자연스러운 냄새가 계속 풍겼다. 이 냄새는 마동이 진하게 맡아본 냄새가 맞았다.


 오래전이었다. 어린 시절에 마동이 살고 있던 마을이었다. 경진시에서 하루에 두 번 다니는 버스를 타고 50분가량 굽이진 도로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마을. 경진시 참근읍에 위치한 마을.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에 학교가 없어서 학교까지 걸어가려면 작은 산을 하나 넘어야 했다. 아버지의 어이없는 사고사. 아버지의 사고에 마동은 자신이 깊게 개입을 하고 있다는 충격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고 나이가 들수록 거대한 여귀처럼 주위에서 맴돌았다.


 어린 시절의 자세한 기억은 없다. 뜨문뜨문 중간중간 떠오르는 기억들. 그 기억 속에 10살 때의 일은 지울 수 없었다. 마동이 살고 있는 동네 위에는 기차가 다니는 숲 속의 철길이 있었다. 철길은 어린 마동의 놀이터이자 전쟁놀이를 했던 전쟁터이기도 했다. 전쟁터라고 생각이 났다면 같이 전쟁놀이를 모의했던 친구들이 있다는 말이다. 철길 위에는 위험이 주위에 도사리고 있었지만 마동과 친구들은 철길 위에 올라서서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말 타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 맞아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과 시간만 나면 나는 철길을 찾아가서 그곳에서 놀았지.


 마동의 옆에는 친구 두 명이 있었다. 마동은 친구들의 얼굴도 딱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친구들과 전쟁모의는 언제나 철길 위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곳에서 끝을 맺었다. 끝을 맺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내일 또 모이자는 묵언으로 합의를 한 터였다. 철길은 아이들의 숨결이자 육체의 한 부분이었고 집결의 장소가 되었다. 마동은 끝이 보이지 않는 철길이 좋았다. 철길을 따라 끝없이 난 길을 따라가면 세계의 끝에 도달할 것만 같았다. 매끈하고 아름답게 죽 뻗어있는 철길을 오랫동안 쳐다본다는 것이 마동과 친구들은 좋았다. 철길 사이에 박혀있는 돌도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과는 달랐고 철길에 엎드려서 한쪽 눈을 감고 저 끝의 궤적을 바라보는 것은 마동과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놀이였다. 철길 위로 올라오는 레일의 알 수 없는 냄새와 거부할 수 없는 차가운 감촉 그리고 검은빛을 닮은 쇠붙이의 기이한 색은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때 낌새가 느껴지면 철길 위에 귀를 갖다 대고 아이들은 숨을 죽였다. 그러면 저 궤적의 끝에서 달려오는 기차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리가 전부 꺼져버린 고요한 세상에 숨 쉬는 고래처럼 쿠둔 쿠둔 하는 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소리.

 마른침을 삼키게 만드는 소리.

 오로지 궤적의 끝으로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소리.


 아이들은 그 소리에 모든 것을 걸었다. 매끈한 철길 위로 전해오는 미세한 떨림이 점점 거세질수록 마동과 친구들의 심장 역시 파열에 가깝게 두근거렸다. 그리고 저 멀리 기차의 모습이 뱀처럼 나타날 때 심장의 소리가 대공포의 소리로 변하면서 아이들은 그 자리를 피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덩치의 기계 덩어리가 긴 줄을 만들어 우레 같은 소리를 지르고 힘차게 숨을 뿜으며 지나쳤다. 이런 산속을 지나가는 기차는 대부분 화물 기차였다. 간간이 기차를 몰고 가는 차장이 마동과 친구들을 보며 손을 흔들었고 마동과 친구들은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덜커덩 덜커덩하며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답례로 환호해주었다. 거대한 기계 뱀이 지나가고 나면 하나를 끝낸 안도감이 들었다. 노을이 어스름해지고 여트막한 어둠이 몰려오면 마동과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집으로 돌아가고 다음날이 되기를 크리스마스 기다리듯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다시 모였다. 반복이었다. 매일같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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