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l 24. 2022

튀김 이야기

기름에 튀기면 다 맛있


씹었을 때 후아 하며 뜨거운 김이 입 밖으로 나오며 바삭하며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튀김의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튀김은 뜨거울 때 먹으면 정말 맛있다. 그래서 새 모이를 받아먹는 새끼 새처럼 앉아서 기름에서 바로 꺼냈을 때 젓가락을 휙휙 저어서 먹는 맛이 있다. 맛있는 튀김은 식어도 맛있지만 식은 튀김은 뜨거운 튀김보다 아무래도 그래. 후라이드도 식은 것도 맛있지만 뜨거울 때 후아 하며 먹는 그 맛이 있다.


튀김은 기름 맛으로 먹는다. 기름 맛으로 먹는 맛이 좋다는 걸 알았을 때가 초등학생 5학년인가, 그때쯤이었다. 내가 어릴 때에는 튀김을 그렇게 먹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처럼 에어프라이어가 집집마다 있던 것도 아니고. 현재 우리 집에는 아직도 에어프라이어가 없다. 편리하긴 하나 아무래도 있으면 자주 해 먹지 싶다. 음식이란 자고로 과하지 않게 먹는 게 좋다. 튀김도 분명 몸에 해롭지만 적당하게만 먹고 운동을 해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커피머신과 비슷하다. 커피머신을 몇 해 전에 누군가가 선물로 나에게 주려고 했을 때 아이구 감사합니다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커피는 하루에 한 잔 마시는 게 나에게는 딱이다. 커피머신이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몇 잔씩 계속 만들어서 먹게 된다. 커피가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는 하나 어떻든 음식은 과하면 별로다. 그게 나의 생각이다. 피망이 몸에 좋다고는 하나 과하면 별로다. 왜냐면 피망을 많이 먹었다고 치면 그 많은 피망이 위에서 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에 피망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변기 속으로 빠져나온다.


어떻든 현재, 현대인들에게 음식은 생존보다는 그저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손만 뻗으면 어떤 음식이든, 어느 시간이고 간에 먹을 수 있다. 자제와 절제가 필요하다.


내가 어릴 때에는 튀김을 그렇게 먹지 않았는데 나의 조카를 보면 현재, 조카도 튀김이나 튀긴 음식에 시큰둥하다. 그래서 조카는 빼빼 마르고 손가락에 살도 없다. 참 요즘 어린이 같지 않다. 그 이유를 보면 지 엄마가 집에 에어프라이어나 커피머신 같은 것들을 집에 두지 않으며 어릴 때부터 주로 할매(나의 모친)가 만든 멸치볶음 같은 것에 맛을 들이게 해 놨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대안학교에 보냈는데 거기는 아이들의 음식을 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점심을 한다. 그래서 아이들 음식에 모두가 진심이다. 어른들이 우르르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신경을 쓴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먹는 것에 습관을 들여놓으면 튀김이나 치킨 같은 것에 달려들지 않는다. 조기교육이란 꼭 영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러다가 내가 5학년일 때 기름 맛에 확 빠졌던 적이 있었다. 튀김이라기보다 전에 가까운데, 친구의 누나가 깻잎으로 묽게 반죽한 밀가루 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기름을 잔뜩 부어서 촤르르 소리를 내가며 깻잎튀김 같은 깻잎전을 부쳐 주었다. 이게 전혀 맛이라고는 없어야 하는데, 그때 놀다가 허기가 져서 그랬는지 맛있는 것이다. 누나는 우리보다 고작 2살이 많았는데 엄마들이 하는 것을 용케도 잘 익혔는지 깻잎에 밀가루 옷도 입혀서 촤르르르 하며 튀김을 만들어 주었다. 친구의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로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야 집으로 들어오셨다. 그래서 친구의 누나는 일찍부터 동생을 돌봐야 했고 덩달아 누나가 없었던 나까지 한데 엮어서 친동생 취급을 했다. 그때 깻잎전을 튀김이라 부르기는 민망하지만 워낙 얇아서 씹으면 바삭거렸다.


친구 누나의 깻잎튀김 이야기

https://brunch.co.kr/@drillmasteer/874

튀김도 이 집이나 저 집이나 엇비슷하니 다 맛있다. 그러나 맛에 차이가 있다. 튀김이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자주 가는 튀김 집에서 튀김을 포장해온다. 그 집은 튀김이 유명해서 튀김 집이라고는 하지만 그 집에는 어묵이 정말 맛있다. 어묵 국물에 미역을 넣어서 끓이는데 그게 기가 막힌다. 국물을 떴을 때 미역이 들어있으면 호록 같이 먹게 된다. 참 맛있다. 국물만 따로 사 가는 사람도 있다. 집에 국수 삶아서 어묵 국물에 말아먹으려는 것이다. 김밥도 순대도 있는데 인기가 가장 많은 역시 튀김이다. 한, 몇 년 동안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반환점에 있는 이곳 튀김 집에 들러 매일 오뎅, 어묵을 한 두 개씩 먹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들러서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다시 달리곤 했다.


이 튀김집의 특징이라면 그저 길거리에서 서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곳인데 일하는 직원이 최소 5명이나 된다. 시간별로 돌아가면서 음식을 만드는데 5명 중에 3명은 외국인이다. 베트남인지 태국인지 필리핀인지, 타국에서 온, 갓 스무 살을 넘긴 앳된 여성들이 일을 한다. 그녀들은 이른 나이에 한국 남자에게 시집을 왔다. 어쩌다가 이 튀김집을 소개받아 일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계속 그런 여성들이 로테이션을 한다. 그녀들은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손님과 응대하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돌아 서서 열심히 재료를 손질하거나 김밥을 말고 튀김옷을 입히거나 떡볶이 양념을 만든다.


집으로 포장해온 튀김을 맥주와 함께 먹으면 아주 맛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튀김은 김밥 튀김이다. 김밥을 튀기기만 했을 뿐인데 어찌 그리 맛있을까. 하나에 400원이다. 2,000원어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가성비가 이만한 음식이 또 있을까. 그러나 김밥 튀김은 늘 금방 없어진다. 다른 튀김처럼 많이 만들어 놓으면 되는데 김밥 튀김은 꼭 만들어 놓은 게 다 나가면 다시 만들어 놓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무튼 바삭바삭 아사사삭 거리며 씹는 맛도 좋은 튀김을 먹는다. 오징어튀김도 맛있고 김말이가 역시 맛있다. 튀김을 된장 푹 찍어 한 입 먹어보자. 이 여름을 즐기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선곡은 너무너무 좋아하는 노래 안타까운 프레드릭슨이 열창을 한, 록시트의 에니원 https://youtu.be/Rw2LgJxwZHI

매거진의 이전글 연약한 인간의 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