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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03

9장 3일째 저녁

203.

 비가 오는 날에는 대못을 들고 가서 아름답게 죽 뻗은 매끈한 철길 위에 올려놓았다. 세계에서 제일 큰 덩치가 ‘부앙’ 하며 지나가고 나면 대못은 납작하고 평평해져 있었다. 모양이 완전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납. 작. 하. 게.


 손에 들려 있던 원래 모양의 대못의 모양에서 그야말로 변이를 한 것이다. 그렇게 납작하게 변해버린 대못을 기차가 지나가자마자 만져서 손을 다 대인적도 있었다. 모양이 변해버린 대못은 그들의 보물이었고 아이들만의 비밀이었다. 대못을 납작하게 만든 것을 동네의 어른들에게 들키면 다시는 철길 위에 오지 못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다른 날보다 훨씬 빠르게 식어버리기 때문에 마동과 친구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비가 오는 대로 철길 위에서 그들만의 놀이를 만끽했다.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아지트인 철길을 기차가 지나갈 때면 그곳에서 잠시 벗어나야 했다. 아이들은 기찻길 위에서 한 시간 이상 놀고 싶었지만 기차는 수시로 지나갔고 해가 넘어갈 기미가 보이면 마동과 친구들은 기찻길에서 떨어져서 집으로 와야 했다. 더 놀고 싶었지만 인생이란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마음껏 할 수 있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철도청에서 파업을 하는 날이면 마동과 친구들은 기찻길 위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없이 누워 있곤 했다.


 파. 업. 을. 하. 는. 날. 이. 면. 하. 루. 종. 일. 누. 워. 있. 을. 수. 있. 다.


 바람이 불어와 누워있는 마동과 친구들을 스쳐 지나가고 얼굴을 간질이고 어딘가에서 풀냄새를 몰고 와서는 아이들의 얼굴에 다가 쏟아부었다. 기찻길에 깔려있는 따뜻한 돌들이 등에 닿는 느낌도 좋았다. 그렇게 파업이 이루어지는 날에는 마동과 친구들은 기찻길에 올라가서 그저 드러누워서 하늘을 봤다.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자세하게 보였고 구름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것이 좋았기에 파업에 대한 뉴스가 들려올 때면 마동뿐만 아니라 친구들 역시 귀를 기울였다.


 그날도 철도가 파업을 했다. 마동이 그 소식을 제일 먼저 듣고 친구들에게 전했다. 뿌듯했다. 마동은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마동과 친구들은 기찻길 위에서 마음껏 놀며 그들의 비어있던 마음을 채워가고 있었다.


 두어 시간 정도 놀았을까.


 마동과 친구들은 지쳤고 수순처럼 기찻길 위에 조르륵 누웠다. 하늘을 쳐다봤다. 파란 것은 하늘이고 하얀 것은 구름이었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양을 만들기고 하고 개를 만들기도 해야 했지만 그것은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저 구름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구름은 흘러가면서 시시때때로 모습이 변했다. 어린 시절에 구름은 인간의 마음처럼 변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붓이 없음에도 구름은 알아서 모양을 일그러트려가며 서서히 움직였고 마동과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꿈속으로 빠져들었으며 햇살은 더욱 따뜻하게 마동과 친구들을 부드러운 이불이 되어 덮어 주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마동은 소변이 마려워 눈을 부스스 떴다. 눈을 뜨기 싫었지만 눈을 뜨고 일어나서 오줌을 누러 갔다.


 소변이 마려웠다.


 마동은 기찻길에서 떨어져 나와 숲으로 들어갔다. 기찻길 가에서 소변을 보려는데 난데없이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숲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다. 어쩌다 보니 기찻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숲으로 들어왔다. 그곳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훔쳐보는 풀벌레도 없었다. 마동은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시원하게 눴다. 소변을 보는 것은 몸속의 체증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묘한 흥분이 소변을 타고 귀두 끝으로 전해졌다. 소변은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 마동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소변의 방향을 지그재그로 틀었다. 오줌줄기는 풀잎을 나풀거리게 만들었다. 그때 무엇인가 큰 생물체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마동의 작고 미세한 신경은 부스럭거리는 곳으로 온통 집중이 되었다. 마동은 엉덩이를 밀어 넣고 소변을 다 뽑고 잘 턴 다음 바지를 올리면서도 온 신경은 부스럭 거리는 쪽으로 향해 있었다. 허리를 조금 굽혀 낮은 자세를 취한 다음 부스럭 거리는 숲으로 마음을 졸이며 다가갔다.


 부스럭 부스럭.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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