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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6.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05

9장 3일째 저녁

205.

 마동은 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를 냈다. 목구멍은 작은데 소리를 너무 질러 생각보다 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았다. 마동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눈이 아프고 목이 칼칼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친구들을 부르고 또 불렀다. 날카로운 종이가 목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심하게 소리를 질러 보기는 처음이었다. 고막이 터질 것 같았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이 위험한 너구리의 존재를 알려야 했고 마을의 어른들에게도 말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구리에게 마동은 잡혀 먹힐 것만 같았다.


 마동은 너구리가 쉐엑 하는 변질된 포식의 신음을 토해내자마자 일어나서 아이들 쪽으로 달렸다. 소변을 보러 이렇게 숲 속 깊게 들어왔는지 몰랐다. 마동은 풀숲을 헤치며 달리고 또 달렸다. 많이 달렸지만 기찻길은 보이지 않았다. 마동은 아이들이 누워 자고 있는 철길 위로 달려가기 위해 숲을 헤치느라 평화롭게만 보이는 풀잎에 베이기도 했다. 그런 것쯤은 지금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동은 사력을 다해서 달렸다. 칼날 같은 풀잎은 마동의 얼굴을 스치기도 했고 팔뚝을 스치기도 했다. 달리는 와중에도 팔에 피가 배이는 모습이 그림처럼 보였다. 너구리를 닮은 녀석이 마동의 뒤를 쉐엑 거리며 포식자의 본능으로 쫓아왔다. 어린 마동의 눈에 들어오는 푸른 숲의 풍경이 퇴색되어 있었다.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던 풀과 나무의 모습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퇴색되어 버린 숲의 모습은 너무 기이하여 표현이 되지 않았다.


 마동은 달리는 것은 자신 있었다. 어린 시절에 달리면서 할 수 있는 놀이 말고 딱히 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마동과 친구들은 서로 경쟁하며 달리는 놀이를 즐겼다. 풀이 얼굴 앞으로 다가오면 마동은 손바닥을 펼쳐서 얼굴을 가리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쉐엑 쉐엑 하는 소리가 더러운 화장실의 물청소하는 소리만큼 크게 들렸다. 마동은 달렸다. 달리는 것 이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뒤돌아서서 너구리와 맞붙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횃불을 들고 숲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녀서 너구리를 생포해서 통나무에 매달아 마을로 들고 온다. 동네 어른들은 신명 나게 춤을 춘다. 너구리를 포획한 것에 대해서 모두들 기뻐한다. 그런데 매달린 너구리는 조소를 띠며 어린 마동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눈동자도 이리저리 굴려가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마동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풀숲을 헤쳤다.


 저 앞에 철길이 보인다.


 기찻길이 있는 공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쉐엑쉐엑.


 마동은 뒤로 돌아볼 틈도 없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아이들을 깨워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너구리를 닮은 저놈이 나 이외에 친구들을 본다면 놀라서 풀숲으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 우리는 수가 우세하니까 우리 모두 너구리를 상대한다면 그 녀석도 도망갈 것이다.


 일말의 기대를 안고 마동은 달렸다. 비로소 철길 위 모습이 드러났다. 마동의 모든 신체기능이 상실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숨이 차고 정확하게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게 어딘가가 몹시 아팠다. 이대로 계속 달리는 행위를 지속한다면 모든 기관의 기능이 활동을 포기하거나 없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마동은 달리기를 멈추지 못했다. 멈출 수 없었다. 마동은 저 멀리 철길 위에 누워 잠들어 있는 괴성이 마동의 바로 뒤, 가까이에서 들렸다. 아주 가까운 곳까지 따라왔다. 마동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힘을 다했다. 양팔을 번갈아가며 세차게 흔들어대며 아이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그때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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