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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12

9장 3일째 저녁

212.

 마동은 나비의 날개가 된다. 동시에 전해지는 흥분과 욕망. 마동의 의식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을 떠 올렸다. 그 순간 피가 더욱 빠르게 혈관을 타고 흘렀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혈액은 흥분 이외의 무엇이 있었다. 인간의 몸은 정의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불필요한 것 또한 하나도 없다.


 소우주의 세계.


 작은 세포 하나하나 각자의 자리에서 파르르 떨며 독자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스터 석상처럼.


 하나라도 무너지게 되면 인간의 몸은 서서히 망가져간다. 인간만큼 세계에서 완벽하게 연구되지 않는 물질은 없다. 세포의 움직임을 마동은 느꼈다. 생생하고 격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머리카락 끝에서 눈동자를 타고 혀를 통해 각 기관으로 뻗치는 세포의 움직임.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생각하니 며칠 전의 전위가 한 시간 전의 일처럼 떠올랐다.


 일종의 쾌감 그리고 수반되는 열패감.


 명확한 답을 할 수는 없지만 희구와 이성과 정욕과 철학까지 모든 것을 뛰어넘는 무엇을 사라 발렌샤 얀시엔에게서 받았다. 숲 속 철탑 밑에서 달빛을 받으며 몸에 에너지가 가득 한 채로 주먹에 힘을 주었다. 눈이 확실하게 맑아졌다. 마동은 소피를 떠 올렸다. 그녀가 다음 주에 한국에 온다면 아마도 같이 밤을 보내게 될까. 하지만 마동은 소피와 몸을 섞는다거나 섹스를 할 생각은 없었다. 소피와 만나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소피가 좋아할 만한 요리를 주문하는 것이다.


 앤서니 보뎅의 한국식당에서 고가의 스페셜 햄버거 로시니를 주문한다. 푸아그라 테린이 햄버거 안에서 열을 받아 분자가 변형되어 기름지게 녹아내리고 갈아낸 송로버섯 소스에 새우를 살짝 곁들이고 오리의 뱃살 부위만 물에 데친 요리와 해마 수프와 뵈브 클리코 퐁 사르당 라 그랑담을 주문한다. 하지만.


 저기, 동양의 멋진 친구? 나 이런 음식 말고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 동양의 멋진 친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음식을 먹으러 가, 이게 뭐야?라고 해서 저 비싸고 살아생전 다시는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을 하얀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고 한숨을 쉬며 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와서 삼겹살과 비빔밥, 순대를 먹을지도 모른다. 식사를 하면서 건배를 하고 식사가 끝나면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깔리는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겠지, 몇 시간 이야기를 하고 마동은 소피를 숙소로 바래다주고 포옹을 할 것이다. 단지 마동이 있는 도시에서 소피가 한국에 도착하면 서울까지 가야 한다. 가서 서울의 낯선 카페나 식당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외에 벗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생각하기도 싫었다. 많은 남자들이 성인 여배우와 하룻밤을 꿈꿀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대로 소피를 숙소로 들여다 보냈다고 하면 마동을 욕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욕을 듣지 않기 위해서 소피와 잠을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파상의 글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는 이는 고귀하게 보이고 교양이 가득한 귀족 여자들이 아니다. 마음을 던져 사랑을 하는 사람,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인간은 알 수 없는 존재다.


 마동은 몸속을 흐르고 있는 혈관의 피가 더욱 빠르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더 작은 절지류 수천 마리가 혈관 속에서 움직이며 간지럽혔다. 척추를 간지럽히고 림프관을 살며시 건드렸다. 다시 고개를 들어 철탑에 살짝 가려진 달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입 다물고 있을 뿐이다. 마동은 달에게 말했다. 답을 줄 수 없으면 길만 안내해 달라고. 하지만 달은 심통난 시어머니처럼 미동도 않고 말도 없다. 말이 없는 달이지만 마동은 달을 통해서 이끌림을 받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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