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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13

9장 3일째 저녁

213.

 달무리의 빛이 차가운 하얀빛으로 더욱 밝아졌다. 달의 띠가 환하게 밝아지더니 빛은 조금씩 팽창했다. 마동의 가슴은 더욱 뛰었다. 최원해는 알아서 집으로 잘 찾아갔을 것이다. 흔적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마동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양팔을 흔들어 스트레칭을 했다. 이제 혼자서 달릴 준비를 했다. 숨이 탁 트이고 흘러넘치는 힘과 스피드로 도로 위의 자동차와도 견줄 만큼 빠르게 달려 나갈 것만 같았다. 그 느낌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머물러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마동은 잘 알고 있었다. 마동은 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망각할 수도 없고 잊히지 않는 사실이다. 팔, 다리를 풀었다. 근육의 이완, 관절의 마찰.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이 어떤 식으로 변이 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마동은 4미터나 되는 높은 철조망을 사뿐히 넘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풀벌레도 마동이 철조망을 뛰어넘는 모습을 모른척했다. 마동은 철조망 안으로 넘어 들어가서 철탑 밑으로 서서히 걸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던 식물이 놀라서 마동의 다리를 건드렸다. 철탑을 손으로 만졌다. 무더운 여름밤이지만 철탑은 차갑고 서늘한 기운을 잔뜩 지니고 있었다. 마동이 손을 대니 철탑은 가쁜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나의 변이는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 내일 결과를 알려 줄 것이다. 아니면 결과를 알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과는 어쩌면 이미 다 나왔는지도 모르고 결과라는 자체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지닌 의사와 분홍 간호사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모르는 일이 엄청나다. 많은 책에 그런 서술이 있다. 그리고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몇 번이고 다짐을 한다. 나의 상황은 판단의 일정한 선을 넘어섰다. 매일 조금씩 변이 하는 나의 몸을 바라보는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그것대로 잘 받아들이면 된다.     


 마동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달빛을 바라보는 마동의 체내의 적혈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정확하게 느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로 들어간 산소가 엄청난 양의 헤모글로빈과 만났다. 달빛을 받은 팔과 다리는 여태껏 보지 못한 갈라진 멋진 근육으로 뒤 덮여 있었고 마동은 다시 팔에 힘을 꽉 주었고 입을 야무지게 다물었다. 달빛은 침묵으로 일관한 채 마동에게 끊임없는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달에게 받은 에너지가 충만하고 과포화되어 변기에 앉았을 때처럼 힘을 주면 에너지가 눈으로 보일 정도로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마동은 한참 동안 달을 바라보았다. 이제 철탑에서 손을 떼었다. 마동의 눈에 들어오는 달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이자 소피의 엉덩이, 분홍 간호사의 가슴이며 는개의 얼굴이었다. 달은 여러 개의 모습으로 마동에게 비쳤다. 여트막한 색감이었던 마동의 에너지를 짙은 색으로 탈바꿈시켰다.


 누구나 한 번 죽는다. 한 번은 죽고 그다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어떤 이는 죽음을 피해 가기 위해서 또는 늙는 것이 두려워서 약을 개발하고 심지어 아기의 피를 마시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날, 자 이제 죽을 시간이 되었으니 죽음으로 가자며 야심 차게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태어나는 시점으로부터 시간을 들여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인간의 몸을 죽음의 물로 가득 채우는 현상이다. 죽음의 물이 몸을 완전히 채우게 되면 인체는 물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어떤 이도 거기서 벗어나거나 달아 날 수는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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