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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6.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15

9장 3일째 저녁

215.

 이 시간에 지나치는 자동차들은 무엇을 향해 가는 것일까. 여름밤의 무더위 속에서 어디를 향해 운전자들은 표정 없이 가는 것일까. 모두 거짓말 없이 열심히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는 것일까. 여름밤 도심지의 여흥을 즐기려 어디론가 가는 것일까. 휴가의 반열에 오른 것일까.


 모두 어디를 가든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다. 마동은 도로를 지나치는 수많은 차들을 보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도로의 기운과 대기의 공기를 느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름에 사람들은 에어컨의 노예가 되어있지 않았다. 지금은 하루 종일 에어컨 앞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차가운 바람을 맞아야만 생활이 가능했다. 차가운 바람과 시원한 바람은 본질적으로 달랐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 따위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람들은 그저 에어컨을 틀어 놓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서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어야 운전을 할 수 있었고 집으로 가면 에어컨에서 바람이 나와야 잠이 들 수 있는 시대에 서있는 것이다. 날이 무덥다는 말로 사람들은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만 들어갔고 그 속에서만 마음을 놓고 쉴 수 있었다. 밤이면 낮에 받은 복사열에 의해서 뜨거울 대로 뜨거워진 대지는 인간들이 뿜어내는 인공적인 열기 속에서 거대한 찜통이 되어가고 있었다. 분명 매 년 더위는 더해 갈 것이고 전력의 소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계속해서 개인에게만 그 숙제를 짊어지게 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인간들은 더욱 차가운 바람을 내는 에어컨을 만들어내고 그럴수록 세계는 점점 거대한 하나의 불가마로 변이 되어 갈 것이다.


 티브이에는 한창 여러 패널이 빙 둘러앉아 토론 중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더욱 뜨거운 도시를 만들어가면서 여름이 매년 더워진다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냉방기구와 냉방병에 관련된 토론이 늘어났고 전문가들은 냉방병의 위험을 이야기했다. 냉방병으로 인해서 후유증을 얻지 않으려면 꾸준한 운동으로 예방이 최선이었고 에어컨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화면 속에 나오는 냉방병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는 냉방병에 관련된 티브이 토론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


 마동은 달리면서 생각했다. 마동이 검사받은 병원에 대해서. 그곳에서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에어컨의 냄새도 없었다. 병원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더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평안한 표정이었다. 대기실에 앉아있는 환자들도 분홍 간호사도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지닌 의사에게도 더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병원의 이름이 뭐였더라.


 마동은 생각을 더듬어 봐도 병원의 이름을 보지 못했다. 처음에 병원에 갔을 때는 분명 ‘라사마 내과’라는 간판을 본 것 같았다. 아니 보았다. 첫날 확실하게 봤다. 일층의 완구 도매점을 하는 주인과 대화를 하면서 보았다. 창문에도 내과 이름이 있었고 간판도 있었다. 이름이 기이하여 두 번째 방원을 하면 이름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갔을 때 간판은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없애버린 것이 아니라 애당초 거기에는 간판 따위는 걸려있지 않았다. 허가를 받아야 분명 병원의 영업이 가능하다. 병원을 찾은 환자도 별로 없었지만 분홍 간호사와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지닌 의사의 모습에서 조급함이나 안타까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의사는 마동의 이야기를 시간을 들여 꽤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거기서 한 사람의 환자를 진찰하는데 최소 30분은 걸렸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렇게 진료를 하다가는 병원은 망하고 만다. 대를 이어받아서 병원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지만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들이는 의사는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전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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