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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16

9장 3일째 저녁

216.

 마동이 느끼기에 확실한 것은 그 병원은 연어 같았다. 목적지에 도달해서 무엇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설령 목적지까지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거슬러 오르는 것이다. 대기실의 선풍기며 병원 안에 풍기는 포르말린 냄새가 역하지 않았고 그곳에서는 어쩐 일인지 시간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물론 느끼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분홍 간호사를 따라갔던 복도, 검사실, 침대 그리고 여자의 호감을 사게 만드는 얼굴을 가진 의사와 분홍 간호사의 얼굴도 떠올리면서 달리다 보니 속력이 너무 빠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기는 숲이 아니라 일반 도로가 이기 때문에 밤이라 하더라도 산속을 벗어난 곳에는 어디에도 사람들이 있다. 도로에는 자동차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동이 달리는 속력이 비현실적이다. 대기 중 산소농도가 높아졌다. 공기 속에 산소 함량은 대체로 21퍼센트에 이른다. 마동의 폐로 들어오는 산소는 37퍼센트를 넘어서 40퍼센트에 육박했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숫자 3이 증가하는데 몇 천 년, 아니 몇 만 년이 걸린다. 진화는 눈에 보이지 않게 지금까지 이루어져 왔다.


 나는 진화적 변이를 하고 있을까.


 마동은 시간과 공간의 제어가 무의식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현상 제어가 가능했다. 몸의 질량을 줄이고 지구중력에 단계별로 버틸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평지이다 보니 마음먹고 달린다면 산속을 내려올 때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동이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며 SNS에 올린다면 이후의 파장에 대해서 대답하지 못하는 일들만 따라다닐 것이다.


 마동은 전혀 땀을 흘리지 않은 채 달렸다. 땀구멍에서 조밀한 땀의 흔적조차 이제 보이지 않았다. 다시 어제의 패턴으로 돌아가서 보도 위로 올라가 바닷가의 조깅코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리는 비슷한 보폭으로 같은 간격을 유지하며 장군이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어제 70대 노인이 사고가 났던 도로를 지나쳤다. 70대 노인의 아파트가 보였다. 아파트는 하나의 완벽한 세계를 이루고 있었고 그 속의 아파트라는 에고가 성벽을 굳건하게 만들어놓았다. 70대 노인은 아파트에 흡수되었다. 노인은 자신의 존재는 아파트라는 에고에 남김없이 다 빨려 버렸다. 그것이 노인이 완벽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믿었고 완벽한 삶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파트라는 하나의 세계는 노인 자신이자 바로 아파트 자신인 것이다. 마동은 아파트가 있는 도로를 지나쳐 해안가의 조깅코스로 들어섰다.


 어제와 별반 다름없는 풍경이 고스란히 해변에 있었다. 한여름의 해변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였다. 밤의 해변에서는 내일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밤이 깊을수록 해무가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바다는 취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들이 입을 벌리면 생채기를 가득 머금은 독 번데기가 튀어나와서 서로에게 붙었다.


 독 번데기를 맞은 상대방은 더 큰 독 번데기를 입에서 뱉어내고 결국에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의 벌어진 틈으로 소금을 뿌려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서로에게 독을 뿜어내는 것에 에너지를 소모했다. 사람들은 술에 많이 취했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든 사람이든 여름밤의 해변에는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대부분 술에 취해있었다. 곳곳에서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가 들렸고 어떤 민간인은 호루라기를 구입하여 경찰 옆에서 보란 듯이 철 지난 월드컵 응원가를 불어대고 있었다.


 무더위의 기승은 바다가 있는 밤이라도 더운 공기가 해변의 대기를 가득 매웠다. 마동은 숨을 쉴 때마다 더운 공기에 마동의 숨결이 부딪혀 입 주위에서 묘한 기류를 만들어 냈다. 마동은 산 밑을 내려와서 해변의 조깅코스를 달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는 기분만 들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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